철옹성처럼 굳건했던 수원이 주춤거리고 있다. 전반기 16경기에서 14승2무의 경이적인 승률을 보였던 수원은 후반기 들어 2승1무2패로 반타작을 하는데 그쳤다. 무패 기록이 깨진 것도 아쉽지만 더 큰 문제는 선두 수성 여부다. 수원이 빈틈을 보인 사이 2위 성남은 최근 5연승을 기록하며 승점 차를 6점으로 좁혔다. 이번 주말에 있을 두 팀의 맞대결에서 수원이 패하면 선두는 혼전 양상으로 치닫게 된다. 수원이 최근 부진을 딛고 다시 전반기 때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전망해 본다.
○ 한 번 뺏긴 흐름 되찾기 어려워
수원의 최근 행보는 지난해 성남과 너무도 흡사하다.
지난 시즌 성남은 독주를 이어가다가 16라운드에서 수원에 패하며 15경기 무패 행진을 마감했고 이후 3경기에서 1무 2패에 그치며 결국 19라운드에서 수원에 선두를 빼앗겼다. 결국 성남은 마지막 라운드까지 수원과 대접전을 벌인 끝에야 간신히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었다. 장기 레이스에서 한 번 흐름을 빼앗기면 되찾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처럼 상황은 녹록치 않건만 계속되는 부상 불운과 국제대회 일정이 수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차범근 감독(사진)은 수비수들이 줄 부상을 당하자 공격수를 수비에 기용하는 변칙 전술로 버텼으나 무너진 수비 밸런스가 팀 전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전반기에 15골을 합작했던 신영록-서동현 듀오는 최근 올림픽팀 훈련을 오가며 발끝이 무뎌졌다. 승리를 위한 구상은 있지만 정작 써먹을 수 없어 차 감독은 애가 탄다.
○ 한 달 휴식기 보약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수원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K리그는 이번 주말 경기 후 올림픽 때문에 약 한 달 간 휴식기를 갖는데 수원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호기다. 차범근 감독은 “우리가 한창 상승세를 달리던 6월 말에 월드컵 예선으로 한 달 동안 쉰 것이 너무 아쉬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보상을 받을 차례. 수원 관계자는 “우리에게는 한 달 휴식기가 있기에 작년 성남의 독주에 제동이 걸린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대전에 진 후 최고참 이운재도 ‘크게 개의치 말자. 호흡을 길게 갖고 성남전만 잘 넘기자’고 후배들을 독려했다”고 전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혹서기인데다 리그 중간이라 선수들이 한창 힘든 시기에 고비가 찾아왔다. 수원은 때 마침 찾아온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8월 말 리그가 재개된 후 경남, 부산 등 비교적 수월한 팀들과 경기를 앞두고 있는 것도 수원에게 다소 유리한 요인이다”고 전망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