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을 10여 미터 앞두고 경쟁자들이 자신에 비해 한참이나 뒤에 있음을 확인하고선 일부러 속도를 낮추는 듯한 인상이었다. 경쟁자들을 비웃기나 하듯 양팔을 벌려 환호했고 오른 손으로 왼쪽 가슴을 때리며 포효하기도 했다. 이 모두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에 벌어진 일.
물론 그렇게 하고도 그는 보란 듯이 세계신기록을 달성했지만 ‘왜 마지막까지 제대로 뛰지 않았을까. 기록을 더 앞당길 수 있었을텐데…’라고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고, 때론 ‘건방지다’고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사인 볼트는 왜 그랬을까. 몇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직전 세계기록 보유자이기도 한 그는 이미 금메달을 확신했던 듯 출발선에 서고도 다른 주자들과 달리 활을 쏘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남다른 쇼맨십을 펼쳤다. 그런 면에서 금메달에 대한 자신감이 또다른 쇼맨십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비약이 될지 모르지만 또 하나의 추론은 이렇다. 한꺼번에 기록을 왕창 단축시켜버리면 다음 대회에서 자신이 느낄 부담감은 더 커지고 극적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가진 자의 여유’였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가 앞으로 출전한 그랑프리대회 등에서 세계신기록에 특별상금이 걸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물론 볼트 본인만 그 깊은(?) 속내를 알겠지만….
베이징 |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