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때가왔다…女핸드볼,편파판정딛고실력으로中제압

입력 2008-08-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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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땀으로 4년을 기다렸다. “우리는 아테네에서 은메달을 딴 게 아니라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임영철 감독의 피 끓는 한마디. 애써 감정을 삭히며 울분을 토하던 임 감독의 한풀이도 이제 멀지 않았다. 베이징판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개봉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일방적인 중국 팬들의 응원도, 심판의 편파 판정도 태극 낭자들의 실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임영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핸드볼 대표팀이 19일 베이징올림픽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8강전에서 개최국 중국의 텃세를 뚫고 31-23, 값진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한 경기만 더 이기면 4년 전 아픔을 되갚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게 된다. 문필희(벽산건설)의 돌파 슈팅으로 첫 득점에 성공한 한국은 전반 8분 3-2에서 오성옥(히포방크)과 박정희(벽산건설)가 3골을 몰아치며 6-2, 4점 차로 달아나는 등 줄곧 중국을 압도했다. 후반 8분 상대 센터백 왕샤샤에게 외곽포를 얻어맞으며 18-16, 2점 차로 쫓겼지만 영화 ‘우생순’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4년 전 영웅들이 다시 힘을 냈다. 2분 후 오성옥이 기습적인 외곽 제자리 슈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문필희가 2골을 몰아 넣는 등 순식간에 23-16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굳혔다. 오성옥과 ‘철벽수문장’ 오영란(벽산건설) 등 아테네 아픔을 털어내겠다는 ‘우생순의 주역’ 앞에 만리장성은 힘없이 허물어졌다. 4년 전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 실업팀을 전전하며 대표팀 일당 2만원을 받던 ‘우생순’의 주인공들은 최약체라는 비아냥을 뒤로 하고 결승까지 진출해 세계 최강 덴마크와 맞붙었다. 동점과 역전 19차례를 반복하는 대접전, 승부는 연장에 재연장까지 이어졌고 결국 승부던지기로 금메달 주인공이 가려졌다. 한국 대표팀은 홈팀 못지 않은 편파 판정을 등에 업은 덴마크를 상대로 놀라운 투혼을 보였지만 끝내 금메달을 도둑 맞았다. “은메달을 딴 게 아니라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임 감독의 말처럼 세계 외신은 일방적으로 덴마크에 유리하게 펼쳐진 심판 판정을 비난하고 나섰지만 이미 끝난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그래서 태극낭자들의 눈물은 바다를 이뤘고, 바다가 된 눈물은 땀과 함께 4년의 세월 속에 더 값진 열매를 목전에 두고 있다. 준결승 상대는 한국이 금메달을 땄던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결승에서 만났던 노르웨이.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은 21일 오후 7시 열린다. 16년만에 금메달에 도전하는 우생순의 주역들. 이제 또 다른 진한 감동의 영화 한편이 개봉 준비를 하고 있다. 베이징=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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