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고공비행이 예사롭지 않다. 시즌 개막전에서 LIG를 3-0으로 완파한데 이어 1라운드 최대 고비였던 현대캐피탈과의 원정에서도 힘 들이지 않고 3-1 낙승을 거뒀다. 신협상무에 거둔 3-0 승리를 포함해 3연승하며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새 외국인 선수 칼라(24)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전력보강이 없음에도 불구, 이처럼 초반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데는 새로 지휘봉을 잡은 진준택(59·사진) 감독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게 안팎의 평이다.
○잠재력을 끌어내다
진 감독은 올 5월 대한항공 선수들을 처음 대면한 후 “주눅 들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2005년부터 3시즌 연속 신인 드래프트 1순위를 영입하는 등 ‘짱짱한’ 멤버를 보유하고도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도 오르지 못한 데는 ‘우리는 현대와 삼성에는 안된다’는 패배 의식이 결정적인 ‘독’으로 작용했다. 이후 진 감독은 선수들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치기보다 가진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고, 의기소침하던 선수들도 점차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보비의 그늘에 가려있던 김학민(25)과 대한항공에서 가장 ‘구멍’으로 여겨졌던 세터 포지션에서 기량을 꽃 피우고 있는 한선수(23)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진 감독은 “여러 차례 기회를 주니 선수들도 서서히 자신의 기량을 코트 안에서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가능성 있는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생각이다”고 밝혔다.
○프로는 프로답게
진 감독은 현대캐피탈에 승리한 후 선수 전원에서 외박을 줬다. 문용관 전임 감독이 선수단을 엄하게 관리했던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조치였다. 진 감독의 지론은 ‘프로는 프로답게’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굳이 가둬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 이는 10년 전 고려증권 사령탑 시절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진 감독 부임 후 선수들이 훨씬 편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윤태석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