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가난한 구단,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위성구단, 팬 없는 구단…. 잔매에 멍드는 법이다.
일단 이미지가 이렇게 박히면 돌이키기 무척 힘들다. 본인 표현을 빌리면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는 야구판 ‘악의 축’의 수괴쯤으로 비쳐졌다.
억울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이 대표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카메라 광고 문구처럼 ‘왜곡하지도 꾸미지도 기자의 지문을 묻히지도 않고’ 이 대표의 생각을 리얼리티로 옮겨 봤다.
-왜 히어로즈는 KBO 가입 분납금을 조기 납부했나요?
“최근 구단과 관련된 악의적 소문이 굉장히 많아서 도저히 제어하기가 어려운 수준까지 왔어요. 법원 판사만 보는 소장까지 보도돼 당황했습니다. 장원삼 트레이드 파문까지 겪으니까 스폰서 유치도 악영향이 생기고, 철회한 곳도 나왔어요.
존폐의 가능성이 언급되는 마당에 일단 가입비라도 내서 재정적으로 양호하다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입비는 10월부터 마련돼 있었어요.”
-분납금 낼 돈이 있었다면 장원삼 트레이드는 왜 추진했나요?
“돈 때문에 한 거 맞아요. 연 200억 예산인데 140억이 운영, 60억은 가입비로 잡아요. 60억은 투자자 통해 받을 수 있는 돈이고, (90-100억은 스폰서 통해서 조달해야 될 형편인데) 30억이 작은 돈 아니기에 유혹에 빠졌어요.
왼손 좌완이 많아 코치진과 얘기하니 충분하다고 했고…. 3년만 생존하면 자립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히어로즈는 선수의 경기를 콘텐츠로 팔아 관중수입과 방송권료를 벌지만 미미하고, 주 수입원은 스폰서와 광고가 될 것입니다.”
-최저연봉선수와 직원 월급 전원 인상, 해외 전훈까지 종래 긴축재정과는 결별인가요?
“처음엔 ‘적자를 어떻게 줄이냐’, ‘밀어붙이면 다 된다’고 조언 받았어요. 그러다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어요. 5월부터 파행으로 가고 있다고 뼈저리게 느꼈어요. 스폰서는 더 이상 안 들어오고, 팬은 없고…. 3주 전쯤 1월부터 지난 신문을 쭉 보고 ‘잘못 경영했구나. 빨리 바로 잡아야겠다. 1차원적으로 예산만 봤구나’고 느꼈어요.
김시진 감독 재영입도 그 연장선이고, 연봉 지원은 기본이죠. 직원 연봉도 5년간 동결이었기에 이번에 바로 잡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죠. 3년 안엔 어디 못잖게 잘 드릴 겁니다.”
-롯데조차 10년 걸려도 흑자구조 요원하다는데 히어로즈는 어떤 방편이 있나요?
“롯데와 우리는 다르죠. 롯데, LG와 달리 우리는 스폰서 유치 여지가 많잖아요. 당장 내년부터 흑자가 목표죠. 팬층이 워낙 엷고 지역에서 뿌리를 못 내렸지만 기존 구단, 특히 LG-두산과 다르게 움직일 생각입니다. 그 팀 팬 빼앗을 생각 없어요. 주로 여성, 여대생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전에 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분들을 마켓 포켓에 넣고 있습니다.”
-구단 네이밍 판매는 전례가 없었는데 자평한다면요?
“네이밍 판매는 제대로 된 구단이라면 선택해선 안 될 일이죠. 얼마나 돈을 못 벌면 이름까지 팔까 하지만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로 이해해주세요. 오래갈 방법은 아니죠. 저희 목표는 5년 후 서울 히어로즈로 가는 거예요. 서울+스폰서+히어로즈로 가자고 해봤는데 스폰서 반응이 안 좋네요. 어느 스폰서는 ‘히어로즈도 바꾸자’는데 그건 못하죠.”
-일각에선 이 대표가 야구단을 되팔아 차익을 남기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요?
“‘5년 매각과 현금 트레이드 안 하겠다’는 합의한 적 없습니다. 우리가 관리구단도 아니고, KBO 돈 타서 쓰는 것도 아니고, 웃기잖아요. 우리를 정회원이 아닌 준회원관리구단처럼 취급하는 데 대한 거부였지, 이장석이 비열하게 사인 거부하고 질질 끈 거 아닙니다.
태생적으로 다른 개인소유 구단이 들어오면 야구계도 변해야죠. 6월30일(분납금 지연사태)에도 돈은 있지만 퇴출하려 한다는 괴소문 있으니 KBO가 명확히 해달라고 했던 거예요.
KBO가 힘이 세요. 우리 협상 레버리지(지렛대)는 돈뿐이잖아요. 그러니까 ‘돈 낼 의사가 없다’고 언론플레이하고, 5월부터 지원 끊었던 우리담배는 옳다구나 하고 공격하고. 돈 안내는 파렴치로 몰리고. 장원삼 경우에서 봤듯 현금 트레이드도 가입비 다 낼 때까지는 못할 것 같아요. 서운함을 떠나 끓는 게 있어요.”
-매력이 있어야 팔리겠죠? 1년 지났는데 후회는 없나요?
“구단 소유는 평생 꿈이었어요. 소유해보지 않으면 몰라요. 우리나라에서 개인 소유는 제가 처음이잖아요. 이 이상 즐거운 게 없는데 게임을 다 보는 게 당연하죠. 인생에서 그 3시간이 제일 재밌어요. 제 명예와 이름 걸고 이거 하는데 성공 못하면 사기꾼 되는 거죠.
이거 안 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지만 제 돈을 걸어서라도 반드시 성공시키겠어요. 성공하면 왜 팔겠습니까? 평생 업적인데 팔 수는 없죠. 단 메이저리그 보스턴처럼 이장석 하나로 안 되고, 10명 정도 능력 있는 분들 모여서 기존 대기업 소유 구단과 구별되는 구단주 소유 구단으로서 공존하는 형태를 생각합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