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관심과 실질적 도움이 필요할 때….’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한 소녀. 심미진(가명·14세)양은 25일 난생처음 부모님 손을 잡고 축구장을 찾았다. ‘홍명보 자선축구경기’가 열린 서울 월드컵경기장 4층 스카이박스에서 만난 소녀의 얼굴은 맑았고, 눈망울도 밝게 빛났다. 하지만 남다른 사연을 지니고 있었다. 심 양은 2005년 2월 ‘골수병 백혈병’이란 청천벽력같은 선고를 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5개월 만에 골수 이식수술을 받은 뒤 항암치료를 마치면서 완치된 듯 했지만 올해 3월 병이 재발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심 양 부모님은 정육점을 운영했다. 그리 부유하진 못했지만 크게 어렵지도 않았다. 그러나 딸이 백혈병에 걸리며 모든 게 바뀌었다. 4년 만에 빚이 3억원으로 늘었다. 입원 및 치료비만 2억원이나 들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보니 어느새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이젠 매달 구청에서 나오는 보조금 23만원으로 네 식구가 먹고 산다. 후원단체로 국내 5개가 있지만 도움을 받은 것은 보건소가 지원한 치료비 2000만원이 전부였다. 한 번 입원하면 기본 40- 50일은 물론이고, 길게는 8개월 이상 걸린다. 혈액 링거를 한 번 맞는데 5만 원이 필요하다. 더욱이 심 양은 한 차례 이식수술을 받아 부작용이 우려돼 더 이상의 골수 이식은 어렵단다. 현재 유일한 치료법은 외국에서 들여온 신약을 투약하는 것. 그나마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회 300만 원 이상이 든다. 심 양의 어머니 이 모씨는 “각종 단체에서 문화체험 등 오늘처럼 행사를 연다. 딸도 모처럼 바람을 쐬며 즐거워한다. 그러나 우린 당장이 힘겹다. 금전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 파탄나는 가정도 부지기수다. 실질적 도움이 절실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