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의 코비 브라이언트와 샤킬 오닐, PGA 투어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 이들은 코트와 필드에서 만나면 악수를 나누는 관계이지만 서로 좋아하는 사이는 아니다. 오닐은 2004년 LA 레이커스를 떠나면서 브라이언트와 관계가 벌어졌다. 요즘은 화해 무드로 접어들었으나 예전 형제처럼 지내며 속내까지 나눌 만한 정도는 아니다. 우즈와 미켈슨의 사이는 항상 한랭전선의 라이벌이다. 우호적인 라이벌이 아니다. 지난 해 12월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가 미켈슨에게 험한 말을 한데서도 잘 드러난다. PGA 세계 랭킹 2,3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의 사이도 우즈-미켈슨에 버금가는 새로운 라이벌로 자리 잡았다. 둘은 유럽파로 PGA투어의 톱플레이어들이다. 그동안에는 기량이나 스타성에서 가르시아가 해링턴을 앞서 있었다. 그러나 해링턴이 메이저대회를 3개(브리티시 2, PGA 챔피언십)나 제패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가르시아는 유럽, PGA 투어 등에서 통산 19차례의 우승을 기록했지만 아직 메이저 대회 훈장이 없다. 해링턴은 최근 영국 신문과의 한 인터뷰에서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Zero in common). 가르시아는 모든 게 나와 정반대이며, 나는 가르시아와 정반대다”며 물과 기름 사이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나이는 가르시아가 29살, 해링턴이 38살이다. 둘의 본격적 라이벌 관계는 2007년 브리티시오픈 대회부터다. ‘카누사이트의 침몰’ 가운데 하나로 통하는 2007년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매 라운드 언더파를 기록했던 가르시아는 최종일 1오버파를 기록하면서 결국 4홀 플레이오프에서 해링턴에게 ‘클라렛 저그’를 헌납했다. 가르시아는 최종 72홀에서 3m의 파 퍼트를 놓친 게 화근이 됐다. 당시 가르시아는 4홀 플레이오프에서 패한 뒤 우승자 해링턴을 외면한 채 악수를 나눠 여론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해 미시건의 오클랜드 힐에서 벌어졌던 PGA 챔피언십에서도 가르시아는 뜰채에 올린 고기를 놓친 꼴이었다. 가르시아와 해링턴은 3라운드까지 1오버파로 한국이 위창수와 함께 공동 4위를 마크하며 최종 라운드에 들어섰다. 가르시아는 15번홀까지 ‘보기 프리’라운드를 펼치며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가르시아는 그러나 16번홀에서 세컨드 샷을 물에 빠뜨리며 2007년의 악몽을 되살렸다. 이 때까지 가르시아와 동타를 이뤘던 해링턴은 7m에 가까운 롱퍼트를 파로 성공시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17번홀에서 버디로 승리의 쐐기를 박았다. 결국 해링턴은 합계 3언더파로 가르시아와 벤 커티스를 2타차로 제치고 78년 만에 유럽선수로는 PGA챔피언십 트로피를 품에 안는 주인공이 됐다. 결정적인 순간에 메이저 대회를 놓치는 선수들이 다 그렇지만 가르시아도 자멸로 ‘새 가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켈슨도 마스터스를 우승하기 전까지 이런 비난을 받았다. 둘의 냉랭한 라이벌 탓에 지난 해 라이더컵에서 유럽 팀의 닉 팔도 주장은 유럽 최고 선수인 이들을 포섬과 포볼에 함께 편성하지 않았다. 유럽의 라이더컵 패인은 둘의 부진도 결정적이었다. 가르시아와 해링턴은 16일부터 벌어진 유럽투어 아부다비 챔피언십에서 2009년 처음 만났다. 타이거 우즈가 무릎 부상으로 빠진 투어에 둘의 치열한 라이벌 관계는 골프 팬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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