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으로느끼는승리의전율

입력 2009-02-03 16: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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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 슈퍼볼 게임은 결국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통산 6번째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피츠버그의 제임스 해리스가 슈퍼볼 역사상 최초로 100야드 인터셉트 터치다운을 해내자 애리조나의 래리 피츠제랄드는 4쿼터 후반 64야드 돌진으로 극적인 역전을 이루어냈다. 그러면서 무려 17점 차의 뒤집기에 성공 하는가 했으나, 막판 산토니오 홈즈의 발끝캐치로 영화 같은 승부는 피츠버그의 우승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 모든 것은 발끝에서 나왔다. 첨단 통신 장비와 분석 시스템을 이용한 수많은 스텝들의 컨트롤, 미로처럼 복잡한 감독의 치밀한 전략이 쿼터백을 통해 터치다운으로 향하지만 결국 승리를 있게 하는 건 선수들의 발끝이었다. "The time is now!" 얼마 전 모 프로그램을 통해 회자됐던 유행어처럼 순간의 타이밍을 파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질주가 곧 승리를 부르게 하는 스포츠. 사람들은 야구를 가장 정적인 구기종목이라고 부르지만 최신 트랜드로는 투수가 던지는 손끝, 타자가 때려내는 방망이 끝보다 더 위협적인 게 주자들의 발끝이다. 한때 아이스하키의 보디체크처럼 홈으로 달려오는 3루 주자와 포수의 정면충돌을 야구의 또 다른 볼거리로 생각하는 시대가 있었다. 지난 2006년 5월 인터리그 시카고 커브스와 화이트삭스의 윈디 시티 시리즈 때 나온 A.J. 피어진스키와 마이클 바렛의 충돌은 주먹질 난투극까지 이어진 대표적인 충돌이었다. 그러나 포수가 잡은 공을 놓치게 하기 위해 달려오는 몸으로 포수를 밀어내는 주자의 행위나 필요 이상으로 홈 베이스를 막아서고 있는 포수의 행위들 모두 페어플레이에 어긋나고 또 부상 위협도 크다는 문제 때문에 최근에는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의 홈 쇄도를 시도하는 주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피츠버그의 홈즈가 라인 밖으로 밀려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터치다운의 구역에서 발을 떼지 않았던 모습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나온 정근우의 회를 뜨는 듯한 발끝 홈 슬라이딩을 떠오르게 했다. LG의 이대형은 지난해 63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2년 연속 도루왕에 올랐다. 한 시즌 60도루 성공은 1997년 당시 해태 타이거즈의 이종범(64개) 이후 무려 11년 만이었다. 출루율이 .317에 그쳤다는 걸 감안해볼 때, 출루율만 높아지면 훨씬 더 많은 도루(80개 이상)도 가능하다는 말이 수치상으로는 틀린 말도 아니다. 물론 도루가 반드시 다다익선이냐고 묻는다면 딱 뭐라 대답하기 어렵다.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가 그 당시 한 시즌 최다 홈런이었던 61호를 깨기 위해 홈런왕 대결을 벌였던 1998년에도 도리어 팀 성적이 더 좋았던 시카고에 있던 소사가 불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미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적이던 세인트루이스의 맥과이어가 본인 기록만을 위한 공격을 할 수 있었다면 커브스의 소사는 막판까지 와일드카드를 노리는 팀 사정 때문에 홈런 하나만을 위한 공격을 할 순 없었다는 불리함이 있었다. 또 실제로 마지막으로 갈수록 그들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게 됐다. 그런 점에서 도루도 마찬가지이다. 출루가 주목적이고 누상에서도 그린라이트를 부여받는 1번이 다른 타순에 비해서 자유로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뛸 수만은 없다. 상대의 허를 찔렀을 때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게 도루이기에 뛴다는 걸 다 알려주고 시도해서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은데다 아무리 그린라이트고, 2루가 1루보다 득점확률이 더 높아도 팀 승리를 위해서는 뛰어야 될 타이밍이 있고 1루에서 상대 배터리를 교란시키는 게 더 나은 타이밍도 분명히 있다. 지난해에도 여름까지 이대형과 이종욱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을 벌이다 막판으로 들어가면서 이대형이 크게 앞지르게 된 건 결코 이종욱이 이대형보다 느려서이거나 출루를 더 못해서가 아니었다. 슈퍼볼에서 해리스가 훔친 볼은 구경하는 모든 사람들의 전율을 일으키며 피츠버그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대형의 훔친 베이스가 LG팬들을 전율 시키려면 좀 더 전술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그들은 도루왕의 타이틀을 꼴찌 팀의 위로선물 쯤으로 받길 원치는 않을 테니 말이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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