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안정환(33)의 미국 진출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가동되고 있다.
지난 달 친정팀 부산과 결별을 선언하며 현역 시절 마지막 기회가 될 해외 진출에 의지를 불태웠던 안정환은 현재 국내 구단 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리그 팀과 아무런 접촉도 하지 않은 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행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환의 에이전트인 최월규 사장은 20일 “미국 클럽들과 계속해서 접촉하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지만, 지난 달 어느 정도 기반을 다져 놓은 상태여서 이번 달까지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당초 안정환에게 관심을 보였던 치바스 USA 등 7개팀은 DVD 영상을 요청하며 적극 영입에 나서는 듯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팀들이 지난 달 실시된 신인 드래프트와 스토브리그를 통해 선수 수급을 마쳐 상대적으로 안정환에 대한 관심이 줄어 들었다.
또 3월19일로 예정된 시즌 개막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아 주전멤버를 확정해야 하는 구단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서른 줄을 넘긴 노장 선수의 영입을 꺼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최 사장은 “안정환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치열한 주전경쟁을 펼치기 위해선 빨리 계약을 성사시켜야 한다. 본인도 이적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위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이적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지만 안정환은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 부분은 안정환이 내세울 수 있는 최대 강점. 세부조건만 맞는다면 언제든지 ‘아메리카 드림’을 이룰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자신을 영입 리스트에 올린 시애틀 사운더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스웨덴 출신 스타 플레이어 프레데릭 륭베리를 영입하며 의욕적으로 MLS 첫 시즌을 준비 중인 시애틀은 안정환을 샐러리캡(선수단 총 연봉 상한선 제한 제도)에 적용을 받지 않는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는 안정환의 실력과 스타성 뿐만 아니라 아시아시장 개척 등 마케팅 부분까지 고려된 치밀한 계획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MLS행이 물거품이 될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해외진출이 불발될 시 결국 K-리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지만, 부산과 재계약 난항을 겪는 과정에서 안정환도 ‘트러블 메이커’로 낙인이 찍혔다.
더욱이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국내 구단들도 한 곳의 오래 머물지 못하는 선수를 데려오기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더 좋은 팀을 찾다가 무적 신세로 전락한 바 있는 안정환은 3년 전의 악몽이 되살나기 전 빨리 새 둥지를 찾아 떠나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