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감자세레머니´팬믿음져버린이천수

입력 2009-03-08 08: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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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이천수(28)의 기행은 사라지지 않았다. 프로축구 2009 K-리그 개막 직전 극적으로 전남 드래곤즈 유니폼을 입은 이천수가 지난 7일 FC서울과의 광양경기에서 후반 중반 부심의 오프사이드 판정에 항의, ´주먹 감자 세레머니´를 펼쳐 구설수에 올랐다. 후반 시작과 함께 팀 동료 김성재(33)와 교체출전한 이천수는 후반 25분 페널티아크 중앙에서 혼전 중 슈바(30)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호쾌한 오른발슛을 터뜨렸다. 그러나 부심은 깃발을 올려 오프사이드를 선언했고 이천수는 부심을 향해 소리치며 항의했다. 양팔을 치켜들며 항의하던 이천수는 주먹을 쥐고 오른손을 치켜들어 왼손을 받치는 일명 ´주먹 감자 세레머니´를 펼쳐 분노를 표출했다. 부심과 주심은 이를 보지 못해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경기를 전국에 생중계하던 방송 카메라에 당시 행동이 그대로 잡혀 이천수는 또다시 추문에 휩싸이게 됐다. 이천수의 행위를 전해들은 한국프로축구연맹(회장 곽정환) 관계자는 "1라운드를 마친 뒤 경기 감독관과의 평가 자리에서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순간 감정을 참지 못한 이천수에게 가장 큰 문제가 있지만, 이같은 행위가 그를 믿었던 홈팬들의 성원을 저버렸다는 것은 더욱 아쉬운 점이다. 이날 광양축구전용구장에는 수용인원 1만5000명을 넘긴 1만6048명의 팬들이 노란 풍선을 들고 경기장을 찾았다. 전남 팬들은 전반전을 0-3으로 크게 뒤진 채 마친 팀이 좋은 플레이를 펼칠 때마다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이천수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열띤 환호성으로 그를 맞았다. 장내 아나운서는 새 식구 이천수를 ´전남의 아들´로 소개하며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박수와 격려를 유도해냈다. 일부 팬들은 전남이 서울에 6번째 골을 내주자 자리를 뜨기도 했지만, 후반 44분 이천수가 오른발 프리킥으로 서울 골망을 흔들자 점수차는 잊어버린 듯 기뻐하며 함성을 보냈다. 이천수를 보기 위해 광양에서 승용차로 1시간여 떨어진 여수에서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는 한 팬은 "크게 져서 아쉽지만 이천수가 골을 넣은 만큼 다음에는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천수는 이같은 성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감정을 참지 못해 또다시 부적절한 행동을 펼쳐 보여 팬들의 마음에 다시 생채기를 냈다. 이천수는 지난 2월 전남 입단을 준비하며 아마추어축구 K3리그의 양주시민축구단, 천안FC 등을 돌며 몸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당시 "K3 선수들은 돈을 떠나서 정말 순수하게 축구를 즐기더라. 그동안의 내 모습에 대해 많이 반성했다"며 전남에서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다. 그동안 잇따른 해외진출 실패와 지난해 수원삼성 임의탈퇴 등, 지칠대로 지친 이천수는 전남에서 힘겹게 기회를 얻었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어준 사령탑과 팬들의 성원과 격려를 기억한다면, 이번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광양=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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