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라인업대수술왜?
개막전부터 줄곧 주전으로 나섰던 1루수 이호준, 2루수 정근우, 유격수 나주환은 고속버스를 통해 먼저 인천으로 쫓아보냈다. 이 뿐 아니다. 전날 선발 등판, 1회 3실점한 뒤 곧바로 강판시켰던 니코스키는 아예 2군으로 강등시켰다.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한 ‘김성근식 충격요법’이다. SK 김성근 감독(사진)은 9일 광주 KIA전에 2루수 안경현, 유격수 모창민을 선발 기용하는 등 라인업에 대폭 변화를 줬다. 이에 앞서 오후 2시 고속버스를 태워 이호준 등 세 명을 인천으로 ‘쫒아냈고’, 니코스키는 엔트리에서 빼 버렸다. 김 감독은 안경현 등이 포함된 라인업을 보며 “이 멤버들이 어제 4점을 뽑은 베스트”라고 했다. SK는 전날 0-6으로 지다 백업 멤버들을 투입한 뒤 4점을 따라갔는데 ‘베스트’라는 말에는 주전 세명에 대한 실망감이 여실히 담겨 있었다. 이호준(타율 0.200), 정근우(타율 0.188), 나주환(타율 0) 등이 모두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다, 수비에서도 매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자 김 감독은 마치 ‘그렇게 하려면 집으로 돌아가라’는 듯 벤치에도 앉히지 않고 고속버스를 통해 이동시키는 ‘굴욕 조치’를 내렸다. 니코스키에 대해선 “구위 여부를 떠나 마운드에서 싸우려는 의지가 안 보였다. 열흘이 될지, 한달이 될지 모른다”며 복귀 시점에 대해서도 ‘모르쇠’ 입장을 취했다. 전날까지 2승2패를 기록한 김 감독은 승패보다도 게임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결국 칼을 들었다. 김 감독은 3월 14일, 광주 KIA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이 끝난 뒤 무기력한 플레이에 화가 나 선수들을 숙소까지 뛰어가도록 벌을 내린 바 있다. 가끔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선수단에 채찍을 들지만 “이번처럼 강한 적은 없었다”라는 게 구단 관계자의 말. 김 감독은 “SK가 올 시즌 꼴찌후보” “2,3월부터 팀 전체 틀이 깨졌다” “쓸만한 선수가 없다”는 등 근래 들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는데 단순한 엄살을 넘어 실제 팀 분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게 사실. 김 감독의 ‘충격 요법’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주 |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