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총잡이 진종오 옆에는 그가 잘 할 때나 못 할 때나 의연함을 잃지 않고 응원해주는 아내 권미리 씨가 있다. 부부는 집 안에서 비비탄용 총으로 수시로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총잡이 진종오 옆에는 그가 잘 할 때나 못 할 때나 의연함을 잃지 않고 응원해주는 아내 권미리 씨가 있다. 부부는 집 안에서 비비탄용 총으로 수시로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사격선수들의 총구는 표적을 향한다. 하지만 진종오는 이따금씩 사람에게도 총을 쏜다. 바로 아내 권미리 씨(27)를 향해서다. 사랑의 총알은 물론이고, 함께 서바이벌 게임까지 즐긴다. 남편을 따라 권 씨 역시 사격마니아가 됐다. 아내는 아예 집안까지 비비탄용 총을 위한 표적지를 설치했다. “탕! 탕!” 집에서는 수시로 부부간의 총싸움이 벌어진다. “베레타 정도는 눈을 감고도 조립한다”는 진종오는 “얼마 전에는 아내가 가스로 (비비탄이) 나가는 총까지 사줬다”며 웃었다. 진종오는 경기가 끝나면 항상 아내와 통화를 한다. 하지만 아내는 단 한번도, 기쁨 또는 아쉬움을 표현한 적이 없다. 2009창원월드컵에서 세계기록을 세웠을 때도, 결선에서 불운하게 2위를 차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진종오는 “현명하기 때문에 의연한 것”이라고 했다. “제가 항상 1등하는 게 아닌데 1등 했다고 좋아한다면, 다음번 경기 때 아내생각이 나겠죠. 제가 못 쐈다고 서운해 한다면, 다음번에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꼭 잘 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티를 안내는 거래요.” 진종오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아내와 통화를 한다. 아내와의 통화는 무심(無心)사격의 중요한 밑천이다. 아내는 수화기를 내려놓고서야, 쾌재를 부르고 또 한숨을 쉰다. “(아내는) 사격이 재밌을 때까지 하라고 해요. 저도 40대까지는 하고 싶습니다. 런던올림픽(2012년)은 무조건 가야죠. 저렇게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는데….” 세계 최고 총잡이의 아내 역시 ‘내조의 여왕’이었다. 창원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