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스테보2골폭풍“이래도퇴출이냐”

입력 2009-07-0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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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적설 등으로 마음고생을 한 포항의 마케도니아 출신 스테보가 국민은행과의 FA컵 16강전에서 후반 9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팀의 3번째 골을 터뜨린 뒤 양팔을 벌린 채 환호하고 있다. 고양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머리로발로포항FA컵8강견인
“저 친구를 한 번 지켜봐요. 오늘 큰 일 저지를 겁니다.”

킥오프를 앞두고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는 ‘마케도니아 특급’ 스테보(27)를 벤치에 앉아 바라보던 파리아스 포항 감독의 표정은 느긋했다. 감춰 놓은 비밀병기의 활약을 미리 예감이나 한 듯…. 그리고 90분 뒤 그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9하나은행 FA컵 전국축구선수권 16강전. ‘디펜딩 챔프’ 포항은 나란히 두 골을 몰아친 스테보와 김기동의 활약을 앞세워 내셔널리그 ‘전통의 강호’ 국민은행을 4-0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스테보는 0-0으로 팽팽히 맞선 전반 39분 김창훈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헤딩골로 연결해 승부의 추를 포항 쪽으로 끌어온데 이어 2-0 상황에서 신형민이 높이 올려준 볼을 한 번 트래핑한 뒤 국민은행 골키퍼 김병곤이 지킨 골망을 또다시 갈라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5월 13일 열린 홍천이두와 32강전에서도 해트트릭을 기록, 7-1 대승의 밑거름을 놓았던 그였기에 이 경기에서의 활약은 유독 빛났다.

하지만 스테보는 국민은행전을 앞두고 절치부심했다는 후문. K리그에서 활약을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올 시즌 리그 8경기에 나서 1골-2도움을 기록한 게 전부. 당연히 외부에선 퇴출설이 흘러나왔고, 심지어 작년 이맘때 2년 6개월간 스테보와 맞임대한 전북 신광훈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다시 데려와야 한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이날 해병대처럼 머리 양 옆을 하얗게 둘러친 외모에서 그의 각오가 엿보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사연이 숨어있다. 32강전을 앞두고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 3골을 몰아쳤기에 이번에도 그런 바람이 담겨있었다. 16강전을 반전의 계기로 삼고자 다시 미용실을 찾았던 스테보는 역시 득점에 성공,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창현 포항 수석코치는 “스테보가 가슴앓이를 많이 했다. 데닐손의 활약을 잘 아는 선수 본인도 ‘잘 풀리지 않아 괴롭다’고 구단 스태프에게 호소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뉴캐슬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도 한 골을 넣고, 이번에도 골 맛을 봤으니 후반기에는 더욱 높이 비상할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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