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비밀병기는하이브리드클럽?

입력 2009-07-0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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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슨-배상문등국내외톱랭커사용…우드의거리와아이언의조작성겸비
○200야드, 대세는 하이브리드

숨 막히는 우승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US오픈 최종 라운드. 선두에 2타 뒤져 있는 필 미켈슨은 파5, 13번홀에서 결정타를 날릴 한방이 필요했다.

핀까지 230야드를 남겨 두고 미켈슨은 고민했다. 우드로 공략하자니 볼을 그린에 세우기 힘들고 아이언으로 공략하자니 거리가 만만치 않다. 미켈슨의 선택은 캘러웨이 프로토타입 하이브리드(18°)다. 아이언처럼 생겼지만 페어웨이 우드만큼 거리를 보낼 수 있는 다목적 클럽이다. 회심의 샷은 핀 옆 1.5m에 떨어졌고, 이글로 연결되면서 공동 선두로 뛰어 올랐다. 작전 대성공이다.

미켈슨은 독특한 클럽 구성으로 유명하다. 2006년 마스터스 때는 2개의 드라이버를 사용해 화제가 됐다. 드로용과 뉴트럴 두 가지 타입의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프로 대회에서 클럽은 14개 범위 내에서 마음대로 구성할 수 있다.

○우드 퇴출, 하이브리드 인기

프로골퍼들의 클럽세팅이 변하고 있다. 거리 위주에서 정확성으로 바뀌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우드와 롱 아이언을 대신해 그 자리를 하이브리드 클럽이 꿰차고 있다.

하이브리드 클럽은 성능은 우드에 가깝고, 조작성은 아이언처럼 쉬운 특징을 갖고 있다. 우드나 롱 아이언의 대체 클럽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가솔린을 대체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이브리드 클럽은 처음 출시가 됐을 때만 해도 아마추어용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이 역시 성능이 떨어져 상용화되지 못한 자동차와 같은 대접이다.

낯선 디자인도 외면의 이유였다. 둥글고 투박한 디자인으로 골퍼들 사이에선 ‘고구마’로 불렸다. 푸대접을 받던 하이브리드 클럽이 갑자기 비밀병기로 둔갑한 이유는 알찬 성능 때문이다.

미켈슨은 “하이브리드 클럽은 러프가 빽빽한 지형에서 사용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며 성능에 만족해했다.

US오픈에서 하이브리드 클럽을 사용해 재미를 본 선수는 미켈슨 뿐만이 아니다. 비제이 싱은 6번 아이언 이후로는 아예 백에 넣어 두지도 않았다. 대신 19∼25도의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세팅했다. 러프가 길고, 빠른 그린에서 볼을 세우기 위한 US오픈용 세팅이다.

케니 페리와 프레드 펑크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재구성했다. 페리는 19도와 22도, 펑크는 22도 하이브리드를 새로 추가했다. 우드나 롱 아이언보다 하이브리드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전까지는 2번 아이언이 담당했던 기능이다. 페리는 하이브리드로 US오픈에서 재미를 보지는 못했지만, 다음 대회인 트레블러스챔피언십 우승으로 효과를 봤다.

국내의 프로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스에 따라 클럽 세팅을 다르게 구성하고 있다. KPGA 투어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배상문은 금호아시아나오픈 기간 동안 하이브리드 클럽을 사용했다. 대회가 열린 아시아나 골프장은 페어웨이가 좁고, 그린이 까다로워 정확성이 우선이다. 페어웨이 우드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제작된 23도의 드라이빙 아이언을 챙겨뒀다.

○정교함 갖춰 롱게임에서 유리

고수로 갈수록 쇼트 게임 못지않게 롱 게임이 중요해진다. 파5 홀에서 버디를 잡아야 타수를 줄이기 쉬워진다. 하이브리드 클럽의 장점은 우드의 거리와 아이언의 겸비다. 롱 게임에서도 안전하게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

러프에서도 효과적이다. 긴 러프에서 롱 아이언을 사용할 경우, 클럽이 러프에 감겨 볼을 제대로 때려내지 못한다.

세계 50대 골프교습가 돈 허터는 “거의 모든 라이에서, 심지어 볼이 디보트에 빠진 상태에서도 안전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데 있다”고 하이브리드 극찬론을 폈다.

거리 성능도 우수하다. 미국의 골프다이제스트가 하이브리드 클럽과 롱 아이언의 성능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거리와 방향성 모두 하이브리드 클럽이 월등한 성능을 보였다.

로프트가 같은 조건에서 스윙했을 때, 3번 아이언은 184야드가 날아간 반면, 3번 하이브리드는 192야드가 날아갔다. 2번 아이언 수준이다.

골퍼가 원하는 거리와 방향으로 쉽고 편하게 볼을 날릴 수 있는 클럽 가장 좋은 클럽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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