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기자의베이스블로그]위기의대만야구와히어로즈

입력 2009-07-0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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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스포츠 격주간지 ‘넘버’ 최신호는 대만야구 리포트를 실었습니다. 올림픽에 이어서 WBC에서도 한국은 물론, 중국에마저 연패하고 몰락한 대만야구. 일본이 아시아시리즈에서 대만을 배제하고, 한·일 챔피언십으로 대체하는 현실…. 그 위상 추락을 실증합니다.

왜 대만야구는 이 지경이 됐을까요? 프로구단의 국제대회 차출 비협조. 폭력조직의 승부조작 개입…. 예즈시엔 WBC 대만 감독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고교 30개. 대학 15개 팀이 있는데 프로의 그릇은 고작 4개 팀이다. 선수육성이 될 수 없는 구조다.”

그 대신 올해부터 사회인 야구팀이 원래 2개에서 6개로 늘었답니다. 그 이유가 우울한데요, 작년 중신과 디미디어 프로 2개 팀이 해체된 탓입니다. 잔존 4구단에서 흡수 드래프트가 열렸지만 새 직장을 얻은 선수는 12명에 불과했죠. 나머지는 야구 실업자로 전락된 셈입니다.

#‘등록 선수 160명. 월봉은 최저 3만 위안(130만원)에서 최고 83만 위안. 대부분이 10만 위안 대의 연봉. 여기다 현역 수명은 제한돼 있고, 지도자 자리는 더 좁지요. 은퇴 이후가 막막할 수밖에 없겠죠. 대만야구가 승부조작에 취약한 근원입니다. 폭력단의 협박도 있겠지만 그 유혹에 프로로서의 긍지를 팔 수밖에 없는 셈이죠. 그만큼 먹고 사는 일은 준엄합니다.

물론 마켓사이즈를 줄인 데 따른 이득이 발생했다는 ‘이설’도 있습니다. 대만인 지인은 “4개 구단으로 축소된 뒤 수입과 관중이 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거물신인의 등장, 메이저리거 출신 차오진후이의 최고인기팀 숑디 입단, (흡수 드래프트로 인한) 전력 평준화 덕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특정스타와 구조조정의 일시적 효과이지 파이 자체의 증가는 아니겠지요.

#대만야구의 위기를 목도하며 그들의 방식은 한국의 교사가 아닌 반면교사란 생각이 듭니다. 결국 사람을 비용으로 보느냐, 자산으로 보느냐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대만야구는 사람을 코스트(cost)로 보다가 이 위기를 자초한 것 아닐까요?

먼 나라 대만야구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리들의 히어로즈’가 떠올라서였습니다. 히어로즈의 살림이 딱히 작년보다 나아진 것이 없을 텐데 잘 버텨주고 있지요. 프로야구는 비즈니스입니다. 이 관점에서 선수는 ‘비용’으로도, ‘자산’으로도 볼 수 있죠. 지난해 히어로즈가 종업원(선수단)을 전자로 본 반면, 올해는 후자로 시각을 바꾼 듯합니다. 비슷한 금액을 들여도 그 진정성이 통했기에 히어로즈 선수단이 움직이는 것이라 믿습니다. 욕심의 억제는 성직자의 몫이고, 범인(凡人)들은 욕망을 자극받을 때, 세상은 진보하는 법입니다.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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