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아는가, 2인자의눈물을…시대잘못만난황제의희생양들

입력 2009-07-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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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서버로딕그랜드슬램선페더러악몽
절대 1인자는 아주 짙은 그림자를 만든다. 바로 만년 2인자들의 배출이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특히 그렇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동시대에 플레이하는 경쟁자들은 불운하다. 패기로 맞섰던 앤서니 김도 우즈의 클러치 플레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PGA 입문 후 우즈에 도전해 당한 첫 패배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과 코트에서 맞섰던 수많은 슈퍼스타들 역시 만년 2인자로 현역생활을 마무리해야 했다. 테니스의 지존 로저 페더러(스위스)도 숱한 2인자들을 만들었다. 시대를 잘못 만난 불운의 2인자들을 살펴본다.

○지존의 벽을 넘지 못한 로딕

미국 스포츠에는 ‘A-로드’라는 애칭을 사용하는 2명의 선수가 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3루수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테니스의 앤디 로딕을 ‘A-로드’로 부른다.

테니스의 A-로드는 역대 최고의 광서브를 자랑한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서브다. 테니스 사상 최고인 249.5km의 서브를 구사한 선수다. 하지만 로딕은 시대의 불운아다. 테니스의 1인자 페더러 앞에서는 항상 작아진다.

최근 막을 내린 윔블던 대회에서 로딕은 또 한번 페더러에게 패했다. 그랜드슬램에서만 통산 4번이다. 윔블던(2004·2005·2009년) 3차례, US오픈(2006년) 1차례 등 4차례나 페더러에게 졌다. 그랜드슬램에서 페더러에게 좌절의 쓴맛을 본 선수는 총 11명이다.

○우즈 앞에서 작아진 엘스와 미켈슨

골프는 종목의 특성상 맞대결이 자주 성사되지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 챔피언조에서 라운딩을 했을 때 우승 여부는 팬들에게 뚜렷하게 남는다.

‘골프황제’ 우즈(34)가 PGA 투어에 데뷔한 게 1996년이다. 데뷔 이래 우즈는 메이저 타이틀 14번 우승을 포함해 PGA에서 68승을 거뒀다. 역대 3위다. 유럽투어(EPGA)에서도 36승을 올렸다.

우즈의 출현으로 2인자로 추락한 대표적인 선수가 ‘빅 이지’ 어니 엘스(40)와 왼손의 달인 필 미켈슨(39)이다. 우즈 희생자들이다. 이들은 우즈가 없었다면 최고의 선수로 군림할 수 있었다.

엘스는 191cm의 장신에 부드러운 스윙으로 US오픈, 브리티시오픈 등 3차례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우즈에게는 2000년 조니워커 클래식, 2006년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등 EPGA 투어에서 마지막 날 패자로 추락했다.

○조던의 희생양들

농구명문 노스캐롤라이나대 출신의 조던은 1991년 처음으로 시카고 불스를 NBA 정상으로 이끌었다. 1994-1995년의 첫 은퇴 기간 2년을 빼면 1991년부터 마지막 우승해인 1998년까지 NBA를 평정한 셈이다. 불스가 6차례 우승하는 동안 준우승에 머문 팀은 LA 레이커스,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피닉스 선스, 유타 재즈, 시애틀 슈퍼소닉스 등이다.

조던의 그늘에 가려 아깝게 우승반지를 껴보지 못하고 현역에서 물러난 슈퍼스타는 찰스 바클리(피닉스), 칼 말론, 존 스탁턴(이상 유타 재즈), 숀 켐프(시애틀) 등이다. 포틀랜드의 클라이드 드렉슬러도 조던의 벽에 막혀 우승을 거두지 못하다가 휴스턴 로케츠 유니폼을 입고 겨우 꿈을 이뤘다.

말론의 경우 우승을 위해 2003년 헐값에 레이커스로 이적했으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 패하는 바람에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한 대표적인 불운의 스타다. 바클리도 우승반지가 없다.

○빌 러셀에 가린 월트 챔벌레인

NBA 역사상 최고의 공격형 센터는 한 경기에서 100점을 올린 월트 챔벌레인이다. 역대 최고의 수비형 센터는 빌 러셀이었다. NBA 챔피언십 MVP가 빌 러셀 어워드다.

챔버레인과 러셀은 동시대에 NBA 무대를 누볐다. 그러나 우승은 수비형에 팀워크 플레이가 능했던 러셀의 몫이었다. 러셀은 보스턴 셀틱스의 8연패를 포함해 1958년부터 1969년까지 총 11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러셀의 희생자가 바로 챔벌레인이다. 개인기량은 역대 최고였지만 러셀에게 번번이 패했다. 챔벌레인은 1967년과 1972년 러셀이 없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닉스를 상대로 필라델피아 76ers와 LA 레이커스에서 간신히 목표를 달성했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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