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전북서포터스툭하면‘돌출행동’…왜?

입력 2009-07-14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수원선수단버스1시간가로막아올들어벌써3번째…구단도‘골치’
수원 삼성 선수단 버스가 천신만고 끝에 전주월드컵경기장을 빠져나온 시간은 12일 오후 10시. 버스에 올라탄 지 1시간 여 만이었다. 흥분한 전북 서포터들의 추격이 두려워 예약해놓은 인근 식당은 가지 못하고 곧바로 고속도로에 진입, 여산 휴게소에 들렀으나 모든 식당의 불은 꺼져 있었다. 유일하게 문을 연 스낵코너에서 허겁지겁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경기도 화성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니 자정이 한참 지나 있었다.

12일 전북-수원전이 끝난 뒤 흥분한 전북 서포터들이 수원 선수단 버스를 1시간 이상 가로 막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다. 이 같은 물의는 5월 5일 부산전, 7월 1일 FC서울전에 이어 올 시즌 들어서만 벌써 3번째. 유독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와 해결책을 짚어본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취약한 구조

전북은 서포터들의 난동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만 2004년 이후 3차례나 된다. 2004년에는 300만원, 500만원의 벌금을 물었고, 2007년에는 경고조치를 받았다. 올해도 5월 5일 부산 선수단 범퍼를 서포터들이 파손해 구단에서 배상했다. 일단 전주월드컵경기장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

다른 월드컵경기장은 선수단 출입구가 지하나 사이드에 배치돼 있지만 전주월드컵경기장은 개방형이다.

2002한일월드컵 때는 그나마 1차 저지선 역할을 하는 펜스가 있었고, 대규모의 경찰 병력과 자원봉사자가 동원돼 별 다른 불상사가 없었다. 그러나 월드컵이 끝난 뒤 주차장을 확대하기 위해 펜스가 철거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게 됐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국내 K리그 경기장 중 서울, 대전, 전주 경기장이 비슷한 형태인데 특히 전주가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시설관리공단과 긴밀한 협조 필요

사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전북 구단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북은 전주월드컵경기장 운영을 맡고 있는 전주시설관리공단 측과 여러 차례 펜스 설치 등 대책마련을 논의했지만, 예산 등을 이유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차선책으로 서포터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꾸준히 계도를 벌여 최근에는 예전에 비해 물의를 일으키는 횟수가 줄었지만, 12일 수원과의 경기에서 보듯 한 번 흥분하게 되면 이후에는 인간적인 호소나 부탁으로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사건이 확대된다. 전북 관계자는 13일 “오늘도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들과 만나 이대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문제점을 해결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프로연맹은 경기감독관이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한 후 상벌위원회에 회부할지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