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여자호날두’지소연“미국무대주름잡는그날까지지켜보세요”

입력 2009-07-23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소연.스포츠동아DB

“여자축구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할 게요.”

한국여자대표팀은 얼마 전 베오그라드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여자축구 사상 유니버시아드 첫 금의 쾌거. 2011년 월드컵과 2012년 올림픽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표팀의 가능성을 보여준 데다 결승에서 ‘숙적’ 일본을 꺾었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특히 그 중심에는 준결승과 결승, 단 2경기만 뛰고도 일본과의 결승에서 2골을 몰아넣으며 대회 MVP에 오른 ‘축구천재’ 지소연(18·한양여대)이 있었다.

○“U대회 금메달, 끝이 아니라 시작”

지소연은 2006년 10월 피스퀸 컵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15세 8개월로 A매치 최연소 데뷔 기록을 세우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작년 U-17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에서는 한국의 8강을 이끌기도 했다.

어렸을 적부터 ‘축구천재’로 불리며 워낙 두각을 나타낸 지라 언론의 관심 또한 그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더욱 특별했다.

“여러 대회에 참석해봤지만 이번 같은 귀국 인파는 처음이었어요. 너무 많은 기자와 관계자 분들이 공항에 나와 계셔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조중연 축구협회장님이 직접 나오셔서 꽃다발을 주시니까 정말 기분 좋던데요.”

지소연은 평소 인터뷰 때 단답형의 대답으로 취재진의 진땀을 빼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멋지게 말하기 위해 연습을 해 본 적도 있지만 막상 질문을 받으면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아요”라며 배시시 웃는 그녀. 그러나 이번 금메달이 한국여자축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냐고 묻자 거침없는 답변이 이어졌다.

“금메달을 따 왔지만 이걸로는 부족해요. 여자축구에 대해 아직까지 ‘재미없다’ ‘남자에 비해 잘 못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직접 와서 보시면 다를 거예요. 여자축구가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걸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올해부터 시작된 WK리그에도 더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여자축구에 조금만 더 애정을 보여주시면 저희는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국내는 작다, 세계로 진출한다”

지소연은 미국프로축구 진출을 축구인생의 큰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은 현재 남자축구로 따지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여 있다. 동산정보고 시절, 이미 몇몇 미국 프로 팀이 그녀에게 관심을 표명한 적이 있고, 작년 U-17 FIFA 청소년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미국 대학을 거쳐 프로 팀에 입단하는 게 어떻겠냐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받았지만 당시 사정이 여의치 않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지소연이 미국 무대에 발을 들여놓으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기량을 지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이다. 지금도 그녀는 실업 선배들과의 경기에서 2-3명을 한꺼번에 달고 다닐 정도로 국내에서는 이미 적수가 없다.

지소연을 지도하고 있는 이상엽 한양여대 감독 역시 “스피드와 개인기, 슈팅 등 (지)소연이는 여자축구 선수로서는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지녔다. 미국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지소연은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을 마친 뒤 제대로 미국 진출을 노려볼 생각이다. 이를 위해 바쁜 와중에도 영어 공부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실업 팀이 아닌 대학교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미국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제대로 공부할 시간이 없네요. 1학기 때는 밤에라도 영어학원 다니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짬을 못 냈어요.”

사실 학교 경기는 물론 각급 국가 대표팀을 오가야 하는 그녀가 학업을 위한 시간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꿈’이 있기에 그녀의 ‘도전’은 더욱 아름답다. “미국에 진출해 한국에도 이만큼 축구를 잘 하는 선수가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어요.” 지소연의 ‘꿈’이 곧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