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힘빠진마린보이…폭발적레이스실종

입력 2009-07-2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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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스포츠동아 DB]

이동운 본지 해설위원이 본 문제점 3가지

1. 연습량 부족  체력 부담 200m 6위 허덕… ‘박태환표 스피드’ 없어
2. 실전감각 상실  올림픽 후 400m 국제대회 한차례 밖에 참가 안해
3. 훈련방식 문제  후원사 전담팀의 관리 실패…태릉의 노하우와 격차

불과 1년여 전 베이징에서 3분41초86의 아시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박태환. 그러나 세계선수권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3분46초04로 12위 예선탈락. 충격적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인 이동운 대한수영연맹 총무이사를 통해 준비 과정은 물론 이날 레이스 운영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피나는 연습 없이 막판 역전은 없다

이동운 이사는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그동안 400m에서 폭발적인 막판 레이스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300m까지 3위권을 유지하다 마지막 100m를 남기고 대역전극을 벌여왔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막판 스퍼트 때와 똑 같은 스피드로 초반에 치고나간 후 격차를 유지하는 정반대의 전략으로 다른 선수들을 혼란에 빠트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 같은 극단적인 레이스를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선수들을 압도할 수 있는 체력적인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날 레이스에서 박태환은 200m까지 6위에 그쳤다. 10조로 나뉜 예선을 거쳐 결승에 8명만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초반레이스부터 체력적인 문제점을 들어낸 것이다. 특히 300m부터 마지막 추격전을 벌이며 3위로 골인했지만 특유의 스피드는 없었다. 이 이사는 “연습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초반부터 중반까지 유지해야 할 기록도 지키지 못했다”면서 “당연히 연습량을 바탕으로 한 체력이 있어야 준비된 레이스를 펼칠 수 있고 막판 역전도 가능하다. 체력이 안 됐기 때문에 따라잡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툰 페이스 조절 왜?

이 이사는 “박태환이 올림픽 이후 국내대회에서 단 한번도 주 종목인 400m 경기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제대회에서 5월 열린 자넷 에반스 대회 단 한 차례만 참가했다. 다른 톱클래스 선수들이 많은 대회에 출전한 것과 비교하면 실전 감각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태환의 출발 반응속도는 0.68로, 예선 10조 전체 10명의 선수들 중 가장 빨랐다. 그러나 50m 랩타임이 26초 38로 전체 10위로 최하위였다. 출발과 함께 빠른 속도로 치고나간 다른 선수들의 레이스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박태환 스스로도 “페이스 조절이 서툴렀다”고 털어놨다.

이 이사는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400m에 참가한 자넷 에반스는 세계적인 대회가 아니다. 당연히 박태환과 경쟁할 수 있는 특급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훨씬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과의 레이스와 세계선수권은 다르다. 그 점에서 문제점이 컸다”고 지적했다.

○노민상 감독과 있었더라면…

이 이사는 “박태환이 대회전 노민상 감독과 너무 오랜 기간 떨어져있었다”며 아쉬워했다. 박태환은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올해에도 후원사 전담팀과 훈련을 해오다 대회 2개월 전에야 태릉에 입소했다. 이 이사는 “전담팀이 뛰어나다 해도 체력관리나 레이스 운용의 전략적인 설계 등에서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노하우를 따라 잡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노민상 감독과 올림픽 직후부터 함께했다면 절대 이처럼 부진한 기록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주 종목인 400m 예선탈락은 의미가 다르다. 다시 정상을 도전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훈련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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