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존심살려야팀이강해진다”

입력 2009-07-3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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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두산 김경문감독의 ‘뚝심야구’

두산 김경문 감독의 야구색깔은 강렬하다. 뚝심이 있고 선이 굵다. 그렇더라도 후반기 첫 경기인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선발 라인업을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밀어붙인 점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투수는 교체했지만 야수는 1번부터 9번까지 요지부동이었다. 단 1명도 대타나 대수비, 대주자로 교체하지 않고 경기를 끝마쳤다.

○주전이 강해야 팀이 강해진다

김 감독은 29일 경기 전 이에 대해 “후반기 첫 경기인 만큼 경기 전부터 야수를 교체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전이 강해야 팀이 강해진다. 어제 나온 선발이 우리팀 베스트 라인업이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경기 도중 선수를 교체해 이길 수도 있다. 그러나 주전 선수가 교체당하는 일이 잦으면 경기를 하면서도 심리적으로 불안해진다. 어제 임재철이 앞선 3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났지만 7회 2사만루에서 결국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4-1에서 6-1로 도망가는 점수를 뽑으면서 승기를 확실하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29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주전 우익수인 임재철을 선발 라인업에서 빼고 우익수로 유재웅을 투입한 김 감독은 “만약 어제 7회에 임재철을 빼고 대타를 썼더라면 임재철은 좋지 않은 기분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안타를 치고 경기를 마무리했기 때문에 오늘 빠지더라도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근 야구와 극단적 대비 ‘뚝심야구’

김 감독은 이렇듯 한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여간해서는 교체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SK 김성근 감독의 야구 색깔과는 너무나도 뚜렷하게 대비된다. 김성근 감독은 매일 선발 라인업을 바꾸고, 경기 도중에도 수시로 선수를 교체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다. 주전 위주의 야구는 자칫 나태함을 잉태할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은 그래서 ‘주전은 없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선수를 교체하며 자극을 준다. 상대에 따라 다른 선발 라인업을 구상한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 역시 김성근 감독과 방법은 다르지만 충격요법을 동원해 주전선수에게 자극을 전달한다. 끊임없이 주전에 대한 대항마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한순간 방심하면 주전도 2군에 내려보내 오랫동안 불러올리지 않는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어주지만 한번 눈밖에 나면 회복이 쉽지 않다. 고영민에게는 “외야수로 전향시키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언론에 흘려 긴장의 끈을 조이게도 했다.

어떤 선수단 운용이 맞는지 정답은 없다. 성적이 말해줄 뿐이다. 인생이 그렇듯 야구도 다양하다. 다양한 색깔과 개성이 상충하는 프로야구는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대전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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