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과학의결정체장대높이뛰기]날개단인간새…‘장대탄성’의마법

입력 2009-08-0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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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m를 넘어 세계선수권 출전 기준을 통과한 한국 여자 육상의 희망인 임은지.

마라톤을 ‘육상의 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육상의 종합선물세트’로 불리는 종목은 무엇일까. 정답은 장대높이뛰기이다. 19세기부터 스포츠 종목이 된 장대높이뛰기는 3kg 정도의 장대를 쥐고 도움닫기를 한 뒤 장대에 몸을 실어 바를 넘는 경기이다. 쉬운 듯하지만, 결코 쉽지 않는 것이 장대높이뛰기이다.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리는 이유도 그만큼 다양한 근력이나 운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육상이 기나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듯 국내 및 국제대회에서 연일 터져 나오는 한국기록과 금메달에 신바람이 났다. 그 중에서도 단연 장대높이뛰기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주 ‘스포츠 &사이언스’에서는 장대높이뛰기의 과학성을 살펴본다. 장대를 만드는 소재의 변천사는 물론이고 장대높이뛰기에서 꼭 필요한 운동이 무엇인지를 과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본다.

장대높이뛰기는 상체와 하체의 협응과 스피드, 민첩성, 근력과 유연성 등 육상 종목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함께 갖춰야 만이 가능한 종목이다. 결코 만만치 않는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운동 과학적 측면에서는 대표적인 에너지 전환 운동에 해당된다. 도움닫기 구간에서 빠른 스피드를 통해 얻은 운동에너지를 장대에 가하여 탄성에너지로 전환시키고, 다시 이 탄성에너지를 위치에너지로 전환해 높은 곳에 위치한 바를 넘은 후 다시 운동에너지로 전환해 착지한다.

가장 높은 지점에서 동작이 순간 멈춰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최고점에서 운동에너지가 거의 제로가 되면서 위치에너지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에너지는 여러 형태로 전환될 수 있고, 한 형태가 사라지면 같은 양만큼 다른 형태의 에너지가 생성된다. 즉, 운동에너지가 크면 보다 높은 위치로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때문에 장대높이뛰기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장대를 들고 달리는 선수의 질주 속도(도움닫기)가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론적으로 6m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11m/sec의 속도가 요구되지만, 3-5kg의 장대를 들고 달려야하기 때문에 도움닫기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선수들은 부단한 노력을 가한다. 그래서 장대높이뛰기 경기를 볼 때 선수들이 어떤 속도, 어떤 몸짓으로 도움닫기를 하는 지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장대의 탄성

도움닫기 속도만큼이나 경기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장대의 탄성이다. 현재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유리섬유 재질의 장대를 사용한다. 장대높이뛰기가 처음으로 경기 형태로 소개되었을 때는 일반 나무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보다 탄성이 좋은 대나무로, 대나무에서 메탈로 진화했으며,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가벼우면서 탄성이 좋은 유리섬유를 사용하면서 4m 가량 기록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장대높이뛰기는 여자의 경우 이신바예바가 5m1, 남자의 경우 세르게이 부브카가 6m14의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선수 개인 체력, 기술적 향상과 더불어 장대의 탄성을 고려한 장비의 개발에 따른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장대의 탄성은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자장대높이뛰기 기대주인 ‘한국의 이신바예바’ 임은지(20·부산 연제구청)의 경우 세계선수권 출전 기준기록에 해당되는 4.35m(한국기록)의 기록을 세우는 등 성장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서 메달 수상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전지훈련 중인 임은지가 2년 정도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육상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선수의 의지는 물론이고 남은 기간 얼마나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느냐에 달렸다. 그래야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송주호 KISS 선임연구원

정리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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