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프리토킹루스]트레이드,도박이대박으로

입력 2009-08-0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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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대트레이드의막전막후…보스턴뮤지컬자금위해팔아“홈런늘리자고말썽쟁이영입”양키스당시결정비판도많아이적후유흥절제연일홈런포…15년간WS 4회팀우승견인
메이저리그에서 트레이드는 각 팀의 전력 강화 혹은 팀 연봉에 유연성을 불어넣기 위해 아주 흔히 일어나는 비즈니스이다. 물론 여기에 어떤 선수가 연루됐느냐에 따라 큰 뉴스가 되기도 하고 거의 모든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당장은 이 선수를 데려옴으로써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고, 궁극적으로 월드시리즈 정상까지 올라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단장을 천재처럼 보이게도 하고, 때론 결과론적으로 처참한 실패가 돼 자리를 내려오고 마는 위험한 도박이기도 하다.

한 시즌에도 수십 건 이상이 발생하는 그 많은 트레이드 중 역사상 최고-여기서 최고의 트레이드는 상대팀에겐 최악의 트레이드가 됐다는 얘기일 것이다-의 트레이드는 과연 어떤 트레이드일까? 하지만 이런 트레이드조차 발생한 당시의 평가는 ‘위험하다’라고 할 정도로 모험수가 있었다. 이 트레이드의 전모를 살펴보자.

그 수많은 트레이드 중에서 지금도 전문가들이 꼽는 최고·최악의 트레이드는 잘 알려진 바대로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 간에 벌어진 베이브 루스의 트레이드다. 루스는 1914년 19세의 어린 나이에 보스턴에서 데뷔했고 보스턴에서의 마지막 해인 1919년 바로 전 해인 1918년까지 타자보다 투수로 명성을 날렸다. 데뷔 2년차일 때 18승을 거두었고 그 후 2년간 각각 23승, 24승을 거두며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1919년이 돼서야 그의 타격 재능이 빛을 발할 기회를 잡게 되고 130경기에 출장, 29홈런으로 당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우며 거포로의 자질을 과시하게 됐다. 그 후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당시 보스턴의 구단주 해리 프리지가 브로드웨이의 ‘노 노 나네티’라는 뮤지컬 공연을 위한 자금을 위해 그를 양키스에 현금 트레이드하는 것이 역사상 최고·최악의 트레이드의 시작이다.

트레이드 조건은 우선 현금 2만5000달러를 받고, 3장의 2만5000달러 1년 어음에 6%%의 이자가 붙는 조건이었다. 여기에 또 다른 조건은 펜웨이파크의 안전시설을 위한 기금 30만 달러를 빌려주는 조건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이 조건은 사상 최고 규모의 현금 연루 트레이드였다.

단 한 번도 리그 1위를 차지하지 못했던 양키스는 루스 트레이드 1년 뒤 바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4년 뒤 월드시리즈 정상에 섰다. 트레이드 이후 루스는 15년간 양키스에서 뛰었고 그 기간 동안 소속팀을 월드시리즈 4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같은 기간 8개 팀으로 구성된 리그에서 3위 한번, 8위 한번을 제외하곤 2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반면 보스턴은 ‘밤비노의 저주’라는 말에 시달리며 2004년 86년 만에 감격의 우승을 차지할 때까지 암흑의 시절을 보내야 했다.

여기까지 보면 전형적으로 양키스의 대성공 트레이드다. 데려오자마자 전 해 자신이 세웠던 홈런 기록을 거의 두 배 가까이 경신한 54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그 다음해에는 무려 59개의 홈런을 뿜어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했다. 하지만 이런 열매를 맺기 위해서 양키스는 큰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보스턴 시절 이미 스타로 대접을 받았던 루스는 훗날 알려진 대로 이미 대식가에 음주가무를 사랑하는 선수였고 또한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원하는, 한마디로 구단에 걱정도 적지 않게 끼치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1919년을 앞두고 3년간 3만달러 연봉계약서에 사인했지만 바로 그 시즌에 들어가자마자 2배 인상을 원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롭 네이어의 저서에 기록된 당시 기사를 보면 루스의 뛰어난 재능과 기록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드 성공 여부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당시 프랜시스 리크터란 기자는 양키스의 판단이 의심스럽다는 기사를 통해 루스 영입에 의한 재정적 부담, 3할 타자를 5명이나 보유하고 5위에 그친 디트로이트의 예를 들어 홈런 수치 증가를 제외하고는 큰 소득이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또한 프리지 구단주는 자신이 본 선수 중 가장 타격 재능이 뛰어나다는 의견과 함께 지금까지 본 선수 중 가장 이기적이고 배려가 없다는 얘기도 실어 팀 케미스트리에 대한 걱정도 함께 했다.

물론 이런 우려는 결과론적으로 기우에 그치고 말았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이성적으로 접근한 트레이드 분석이기도 했다. 트레이드 이후 15년간의 성공을 생각하면 최고의 성공작이었지만 반대로 루스가 알코올과 유흥에 더 젖어들었다면 양키스 입장에서도 최악의 트레이드가 될 수 있었다.

흔하게 벌어지지만 트레이드는 엄청난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성공의 가능성만큼 실패의 가능성도 도사리고 있다. 스포츠의 불확실성의 법칙에 트레이드 역시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트레이드가 과연 시즌 흐름에 어떤 영향, 그리고 수년 후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잊지 말고 관찰해보자.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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