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단독인터뷰]이동국“대표팀12년째…팀융화문제없다”

입력 2009-08-06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일 프로축구 올스타전인 `조모컵 2009'에 출전하는 K-리그 대표팀이 5일 인천 연수구 인천환경공단 승기사업소 잔디구장에서 첫 훈련을 가졌다. 올스타팀 이동국이 훈련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한·일올스타전소집…중간에합류조심스럽긴하지만안팎으로팀에필요한선수될것요즘몸상태최고…파괴력자신
“대표팀 12년째입니다. 단체생활한 지는 20년이 넘었어요. 팀에 융화되지 못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동국(30·전북 현대)은 인터뷰 내내 좀처럼 웃지 않았다. ‘원래 그렇게 무뚝뚝한 편이냐’고 묻자 “제가 눈가에 미소가 얼마나 많은 데요”라며 “앞으로는 웃을 일을 좀 많이 만들어 달라”고 그 때서야 잠시 너스레를 떤다. 8일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2009 조모컵’K리그 올스타 팀에 뽑혀 5일 인천 베스트웨스턴 송도파크 호텔에 소집된 이동국을 <스포츠동아>가 호텔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30여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동국은 2년 만의 대표팀 발탁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각오 등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팀 융화 당연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을 전후해 ‘대표팀에 잘 녹아들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일었다. 그가 개인플레이에 치중하거나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해서가 아니다. 나이로 보면 대표팀 내에서 최고참급이고 최고 공격수 출신인 그를 평가전에 앞서 대표팀에 불러들인다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는 뜻. “5-10분을 뛰더라도 팀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의 발언이 비단 이동국만 겨냥한 것만은 아니었겠으나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이동국의 입장은 단호했다. “대표팀 12년째입니다. 단체생활한지는 20년이 넘었어요. 팀에 융화되지 못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기존 대표팀이 최종예선에서 너무 잘 해서 중간에 합류하는 게 조심스러운 부분은 분명 있죠.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안팎에서 더욱 성실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파라과이전에서 몇 분을 뛰거나 이런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다. 감독님이 판단하실 문제다. 다만 좋은 소속 팀에서 훌륭한 감독과 동료들을 만나 이런 기회를 얻었으니 대표팀에도 꼭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파괴력 넘치는 공격 자신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던 3일 이동국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지만 정작 그의 휴대폰은 꺼져있었다. “솔직히 대표팀에 다시 뽑히리라는 기대는 전혀 안 했어요. 그래서 전화로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죠.” 그의 말대로라면 의외의 발탁이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줄 준비는 이미 마쳤다. “1998년 포항 입단하던 해, 2006독일월드컵을 준비할 때에 이어 최근 가장 몸이 좋다”는 말에서 자신감이 엿보인다. “주변에서 제2도 아닌 제3의 전성기라고 해요. 공격에서의 파괴력 있는 움직임 만큼은 정말 자신 있습니다.”

○기회는 만들어가는 것

고교시절부터 특급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대표팀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쳤다. 그러나 정작 월드컵 본선 무대는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다. 한국축구에 가장 헌신한 선수 중 하나이기에 다소 억울할 법도 하다. 이동국은 “요즘에는 잘 몰라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렇게 알아주니 고맙다”고 웃었다.

그러나 미소도 잠시. 2010남아공월드컵이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높다고 운을 떼자 고개를 내저었다. “왜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죠? 4년 후에는 왜 도전하면 안 되는 겁니까? 물론 월드컵은 꿈의 무대고 저도 내년에 나가고 싶죠. 그러나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안 해요. 기회는 찾아오는 게 아니라 선수가 만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태환아 힘내라

마지막 질문은 “축구 외에 요즘 최대 관심사는 뭐냐”는 것이었다. 대답이 뜻밖이었다. “박태환이요.” 이동국은 대부분이 그렇듯 그저 한국 최고 수영스타로 박태환을 TV에서 접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세계선수권 부진으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게 남의 일 같지 않았던 모양.

“항상 뉴스 첫 머리를 장식하던 선수가 지금은 호되게 욕을 먹고 있으니 어린 나이에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요. 그냥 힘내서 더 잘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박태환의 현재는 곧 이동국의 과거나 다름없다.

‘한국축구가 낳은 축구천재’에서 ‘게으른 공격수’. ‘상무에서 재기해 EPL까지 진출한 선수’에서 ‘유럽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K리거’까지. 그리고 요즘은 ‘부활한 라이온 킹’아닌가. 내년 여름에는 그가 ‘3수만에 월드컵 무대를 밟은 불굴의 사나이’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인천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