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농구대회]서울광장에웬아줌마부대?

입력 2009-08-1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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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농구는 젊은 남자들이 즐기는 운동으로 흔히 인식돼 왔다. 이를 지켜보는 관람객도 선수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또래의 젊은 남자다.

그런데 9일 오후 서울시청 잔디광장 특설코트에서 진행된 길거리 농구 대회 ‘king of the 3on3’에선 한 가지 특이한 장면이 연출됐다. 특설코트를 둘러싼 젊은 관중들 사이로 간간이 아줌마와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띈 것.

이번 대회의 흥행에 일조한 아줌마와 아이들의 등장에는 잔디광장 앞에 마련된 분수대가 원인이 됐다. 휴일을 맞아 서울광장을 찾은 가족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이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대에서 옷이 흠뻑 젖도록 노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옷을 추스르고 집으로 돌아가려 할 찰나, 반대편을 가득 메운 사람들과 환호성, 신나는 음악에 이들의 시선은 잠시 멈췄다. 궁금증이 생긴 엄마, 아빠는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군중에 합류했고, 길거리 농구가 주는 예상 못한 재미에 푹 빠졌다.

고등부 광주팀 감독으로 참가한 남편 장용규씨를 따라 아들과 딸, 두 아이를 데리고 이날 대회를 찾은 주부 김이화씨는 “앞에 분수대가 있어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물을 흠뻑 맞으면서 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며 “남편을 따라 목포, 광주 등을 다니면서 길거리 농구를 몇 차례 보긴 했는데 이번 대회가 가장 박진감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16개월 된 아들 재휘 군을 데리고 경기를 구경 온 아버지 김인호(직장인)씨는 “잔디광장 분수대에 처음 데리고 왔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며 “분수대에서 실컷 놀다 경기까지 보게 됐다. 길거리 농구는 처음인데 재미있었다. 앞으로 자주 데리고 나와야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엄마의 품에 안긴 아이들은 얼굴은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앞에서 펼쳐지는 장면이 정확히 뭔지 모르면서도 눈동자만은 모두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 이들 중 누군가는 시간이 지나면 멋진 농구 선수가 돼있지 않을까. 길거리 농구는 꿈과 희망이니까 말이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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