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의사커에세이]유럽으로축구유학이것만은알고가자

입력 2009-08-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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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축구유학이다. 제2의 박지성을 꿈꾸는 재목들은 물론이고, 평범한 선수의 부모들도 영어도 배우고 축구실력도 쌓게 하고 싶다며 유럽, 특히 잉글랜드로의 축구유학을 주선해달라는 부탁을 자주 해온다. 그런데, 사교육에 대해선 전문가 뺨치는 한국의 부모들도 축구유학에 대해서는 의외로 까막눈이다. 심지어 축구지도자나 에이전트 가운데도 초보적인 지식조차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잘못된 정보는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10여 년 전 떼지어 벨기에로 유학을 떠났던 축구 유망주들이 불법체류자로 전락, 하마터면 전부 국제 미아가 될 뻔한 사례도 있었지만, 충분한 고려없이 선수를 해외에 보냈다간 재산 탕진하고 아이의 장래까지 망칠 수가 있다. 축구에 관한 한 미성년 선수의 해외유학, 특히 유럽유학은 그 방법이 극히 제한돼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우선 일반적인 비자 체류기간인 3개월(영국은 최대 6개월) 미만의 축구연수는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다. 국제이적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불법 체류자가 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공식경기출전만 못할 뿐이다. 적당한 클럽과 지도자만 확보된다면 단기연수는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특히 1년 이상 장기유학의 경우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공식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선 선수등록이 돼야 하는데 이는 선수의 소속 협회를 옮기는 절차, 곧 국제이적동의서(International Transfer Certificate : ITC) 발급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국제축구연맹은 18세 미만 선수의 국제이적은 절대 불허하고 있다. ITC가 발급되지 않으면 선수등록이 안돼 공식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물론 예외는 있다. 부모를 따라 이민을 가는 경우, 특별한 직업군(예를 들어 뇌수술 전문의)에 속한 부모의 해외취업으로 자녀가 동행하는 경우, 영주권자 등이다. 그리고 로컬 룰에 따라 ITC없이도 선수등록이 가능한 나라도 간혹 있기는 하다. 이를 제외하고는 정식으로 선수등록을 하고 축구유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만 18세 미만의 선수를 해외클럽에 입단시켜주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은 의심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건만, 실제로는 지구촌 이곳저곳에 축구유학이라는 형태로 가있는 선수들이 꽤 많은데 이는 축구유학이 아니라, 유학생 신분으로 현지에 가서 축구는 과외로 하는 형태라고 보면 된다. 일종의 편법인 셈인데, 이 역시 공식경기에는 출전할 수 없다.

규정 이외에도 과연 어린 나이에 장기축구유학이 바람직한가 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이 문제에 관한 필자의 입장은 명확하다. 축구만 생각한다면 적어도 고등학교까지는 한국에서 배우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이영표가 털어놓는 얘기 한 토막. “네덜란드 PSV 시절, 고비 때마다 학창시절을 떠올리곤 했다. ‘시궁창에서 짓밟혀보기도 했는데 이까짓 거야 양반이지’ 하면서 이겨냈다. 그때는 지옥 같았지만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지쎈 사장
스포츠전문지에서 10여 년간 축구기자와 축구팀장을 거쳤다. 현재 이영표 설기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중견 에이전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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