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볼보이→신인왕→삼수생‘드라마인생’

입력 2009-08-1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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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근성+끝없는도전정신‘똘똘’·연습또연습…‘호랑이킬러’우뚝
‘바람의 아들’ 양용은의 또 다른 별명은 ‘야생마’다.

코스에서 그의 플레이는 언제나 저돌적이고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제주에서 태어나 골프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골프와 인연을 맺었던 그가 ‘골프 황제’를 상대로 메이저 우승을 일궈내기까지는 ‘할 수 있다는 승부 근성’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최고가 되겠다는 꿈’이 언제나 함께했다.

1972년 1월 15일 제주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친구 소개로 제주시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로 공 줍는 일을 하며 골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운 건 제대 뒤인 1991년이다.

제주시 오라골프장 연습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프로 선수들의 골프 동작을 어깨 너머로 익히며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양용은은 당시 조명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연습장에서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라이트를 끌어다 놓고 연습한 뒤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단한 생활을 이어갔다. 변변한 골프채도 없이 하우스용 파이프를 골프채 삼아 몰래 연습을 하곤 했던 양용은은 우여곡절 끝에 1996년 한국프로골프(KPGA) 프로 테스트에 합격했고 이듬해 상금랭킹 9위에 오르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양용은이 빛을 보기 시작한 건 2002년 SBS 최강전 우승 직후다. 골프에 눈을 뜨기 시작한 양용은은 이듬해 일본 무대에 도전했다.

2003년 일본 프로골프 퀄리파잉 스쿨에 수석 합격한 뒤 2004년에 2승,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1승씩을 거두며 일본 무대에 안착했다.

그리고 2006년 11월 유러피언투어 HSBC 챔피언스에서 타이거 우즈 등을 꺾고 우승하면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당시 6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타이거 우즈의 7연승을 저지하며 ‘호랑이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은 양용은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곧바로 PGA투어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12월에 열린 PGA 퀄리파잉 스쿨에서 스코어 카드 오기로 실격하며 쓴맛을 봤다. 양용은은 HSBC챔피언스 우승자 자격으로 2007년 PGA투어 9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성적은 변변치 않았다.

결국 다시 2007년 PGA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해 통과했지만 2008시즌에도 톱10에 단 한 번 들었을 뿐,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다시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했고, 성적이 좋지 않아 대기 선수 자격을 얻었다.

힘겨운 과정을 거치며 출전 기회를 기다리던 양용은은 올해 3월 혼다클래식에서 대기 선수로 출전해 생애 첫 승을 차지했고, 이후 뷰익 오픈(5위)과, RBC 캐나다 오픈(8위)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다 마침내 PGA챔피언십에서 우즈는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양용은의 투지와 근면성실함은 미국에서도 후배들에 귀감이 되고 있다. 이민을 떠나 둥지를 틀었던 캘리포니아 팜스프링 지역은 한 낮 기온이 40도를 넘기로 유명하다. 너무 뜨거워서 낮에는 연습을 하기 힘들 정도다. 그렇다고 연습을 쉴 수 없는 양용은은 새벽에 일어나 바람을 갈랐다. 4∼5시면 일어나 연습볼을 쳤다. 그리고 낮에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해가 지면 연습장으로 나왔다. 후배들도 이런 그의 모습에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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