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베이스블로그]야구장흑자?“팬들이먼저찾게해야죠”

입력 2009-08-2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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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일본 출장 때 제목이 ‘섹시해서’ 골랐었는데 이제야 읽었습니다. ‘라쿠텐이 요미우리에 이기는 날’, 부제는 ‘스포츠비즈니스의 하극상’. 책은 어떻게 비인기리그(요미우리가 없는 퍼시픽리그), 협소한 시장(미야기현 센다이), 신생구단(열악한 전력의 동의어)의 환경을 딛고 라쿠텐이 2005년 창단 첫해 성적(38승97패1무)에 관계없이 흑자를 낼 수 있었는지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라쿠텐의 ‘기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미키타니 구단주는 J리그 빗셀 고베를 경영한 경험을 살려 ‘프로스포츠 사업에서 이익의 성패는 스타디움 확보에 사활이 걸렸다’고 간파했습니다. 미야기스타디움 개보수에 총 60억 엔을 투자했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현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죠. 또 연 5000만 엔의 구장 사용료도 내기로 했습니다. 그 반대급부로 라쿠텐이 얻은 것이 ‘구장 관리허가’인데요. 이는 라쿠텐이 구장 사용권과 영업권을 획득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로써 라쿠텐은 구장을 제약 없이 테마파크화(化) 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았고, 구장 내 광고수입, 머천다이징, 매점권을 독점하게 됐죠. 60억 엔 투자는 10년에 걸쳐 상환하기로 했으니 연 6억5000만 엔으로 스타디움을 관(官)의 입김에서 독립시킨 셈이죠. 여기에 스폰서를 속속 영입했고요. 중계권 수입까지 추가됐습니다.

#라쿠텐이 창단과 동시에 스타디움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근원적 이유는 결국 입장수입으로 귀결됩니다. 요미우리 같은 전국구단이 아닌 이상, 중계권은 고가에 책정되기 어렵죠. 모든 역량을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 핵심은 티켓판매였죠.

라쿠텐 소프트전략은 ‘라쿠텐은 도쿄 디즈니랜드를 지향합니다’란 한마디로 압축됩니다. 라쿠텐은 ‘팬 서비스’가 아닌 ‘팬 엔터테인먼트’란 용어로 팬들-주로 어린이-이 참여하는 구단의 길을 끊임없이 모색합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라쿠텐이 시도한 기발한 마케팅 전술이 어쩐지 생소하지 않더군요. 거의 다 문학구장에서 봤던 것들이었죠. SK ‘스포테인먼트’의 DNA가 라쿠텐에서 이식된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SK는 라쿠텐과 달리 챔피언 구단이지만요.

SK와 라쿠텐의 교집합은 ‘팬’의 의미를 재정립시킨 지점입니다. 일례로, 올 시즌 SK는 문학구장에 숍을 오픈매장으로 재개장했지요. ‘어떻게 팬이 옷을 입어보지도 않고 고르게 만드느냐’란 SK 신영철 사장의 지시에 의해서였습니다. 라쿠텐이 럭셔리화장실로 유명하듯 신 사장은 경기 중 자주 구장 화장실을 들릅니다.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 관점에서 팬을 이해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겠죠.

현장이 승리라면 프런트는 지역밀착과 건전경영이 존재 이유입니다. 그런 점에서 SK의 공략대상은 7개 구단이 아닙니다. 인천시란 생각이 듭니다. 이는 SK만의 얘기가 아니겠지요.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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