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체 무슨 방망이를 쓰지?”
21일 사직구장. 프리배팅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온 롯데 정보명(29)은 배트 가방에서 방망이 하나를 꺼내 쥐어보고 흔들어봤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집어넣는 일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정말 쓸 게 없네”라는 푸념이 이어졌다. 훈련용 배트는 몇 개 있어도 경기 때 쓸 만한 배트가 다 부러지고 없다는 얘기였다.
그동안 정보명은 조성환에게 선물 받은 Z사 배트를 사용해왔다. “처음에 한 자루 받았는데, 그걸로 제가 안타 30개를 쳤거든요. 성환이 형이 정말 뿌듯하다면서 한 자루 더 줬어요. 시즌 끝날 때까지 쓸 수 있겠다 싶어서 좋아했건만….” 그런데 전날 사직 SK전에서 상대 투수 전병두의 볼을 치다가 두 자루가 모두 부러지는 ‘참변’이 벌어졌다. 평소 “난 방망이를 잘 안 부러뜨리는 편”이라고 자부했던 정보명에게는 예상치 못했던 일.
이 모습을 지켜보던 후배 김민성이 “그럼 하나 더 달라고 하세요”라고 제안하자, 정보명은 손사래를 쳤다. “나도 양심이 있지, 어떻게 또 뺏을 수가 있어?”라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사직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