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방망이로폭행…LG,그날무슨일이

입력 2009-08-2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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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과 ‘폭력’의 차이는 뭘까. 그리고 구단은 15일 동안 대체 무엇을 했을까.

LG는 23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선발투수로 예고했던 서승화(30·사진)를 박지철(34)로 교체했다. 또 “서승화가 지난 8일 2군 구리구장에서 후배 선수들의 ‘군기’를 잡겠다며 정신자세를 꾸짖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행동을 했음을 파악했다. 근신 차원에서 23일 선발 등판을 취소하고 같은 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짧고 간결한 설명이다. 그런데 이 안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 얼마나 ‘불미스러운’ 일이었을까

기강이 해이해진 후배를 선배가 꾸짖는 일은 어느 구단에서나 있는 일이다. 여전히 각 선수단 내부에는 일명 ‘얼차려’ 같은 단체 기합이 남아있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체벌이 오가기도 한다. 오히려 LG는 “군기를 잡을 만한 선배가 너무 없어서 문제”라는 평가까지 들어온 팀이다.

하지만 체벌에도 ‘정도’는 있다. 서승화는 이달 초 포수 조인성과 투수 심수창이 마운드 위에서 대립하는 사건이 불거지자 “기강을 바로 잡겠다”며 2군 후배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A선수에게 “대답하는 태도가 불손하다”는 이유로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 머리에 맞은 A선수는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돼 여덟 바늘을 꿰맸다. LG 조연상 홍보팀장이 “어느 팀에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며 후배 선수는 가벼운 치료를 받았다”고 밝힌 사건의 전모다. 조 팀장은 “A선수가 다음날 2군 경기에 바로 출전했다”면서 ‘큰 부상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게 더 의아하다. A선수는 엄연히 ‘봉합’이 필요한 상처를 입은 ‘환자’다. 게다가 정신적인 충격도 적지 않았을 터다. 그런데도 치료 부위가 채 아물기 전에 무리해서 경기에 내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오후 1시에 시작되는 2군 낮 경기에, 그것도 모자와 헬멧을 씌워가면서. 상처에 땀이 흐르면 염증이 생겨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건 상식이다.

○ 사고는 8일, 1차 징계는 2주 후?

시기도 애매하다. 서승화가 A선수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건 8일에 생긴 일이다. 하지만 이후 서승화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그 흔한 내부 벌금령도 없었다. 심지어 18일에는 1군 경기에 선발 등판해 호투했고, 김재박 감독은 경기 후 “남은 경기에서 선발로 중용하겠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15일이 지난 23일에야 갑자기 1군 엔트리 제외 통보를 받았다.

그것도 선발 등판이 예정됐던 날 오전에 말이다. 전날 경기가 끝난 직후까지도 징계 의사가 없었던 구단이, 굳이 롯데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양해를 구하면서까지 부랴부랴 엔트리 제외를 강행한 이유는 뭘까.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팬들과의 약속인 선발 투수 변경은 사실상 힘들다”고 했던 LG가 말이다. 공교롭게도 이미 외부에 소문이 퍼질 만큼 퍼진 시점과 LG의 징계 시점이 일치한다. 사건을 은폐하려다 취재망이 좁혀져 오자 일을 축소하기 위해 부랴부랴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하나 더 있다. 김재박 감독은 21일 경 서승화의 체벌 사건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야구방망이’로 맞은 부위가 ‘머리’라는 점은 보고 내용에서 빠졌다. 이영환 단장 역시 최근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2군 코칭스태프로부터 이 사실을 들은 프런트 일부 인사들이 철저히 입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장과의 의사소통은 물론 내부 보고체계까지 원활하지 못한 LG 프런트의 일면이다.

어쨌든 LG는 보도자료에서 “향후 당시 상황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진행한 후 추가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했다. 물론 ‘면밀한’ 조사의 방법과 내용은 내부에서만 안다. 다만 이 사건을 외부에 유출한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수사’에 돌입했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들려온다.

사직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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