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쾅!쾅!…담장넘긴‘붕대투혼’박석민

입력 2009-08-2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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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석민. [스포츠동아 DB]

26일 대구구장. 훈련을 마친 삼성 박석민(24)이 덕아웃 벤치에 앉아 왼쪽 가운데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다른 손가락보다 2배는 부어있는 손가락. 박석민은 4월 19일 대구 두산전에서 손가락을 강타 당한 후 줄곧 붕대를 칭칭 감은 채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아 방망이를 꽉 쥐지도 못하지만 “아프다”는 말 한 번 입에 올리지 않는다. ‘이대로 계속 나가다가 원상복귀를 못하면 어떻게 하냐’는 말에도 그는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씩 웃었다.

그게 박석민이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장난기 많고 다소 철없어 보이지만 경기에 임하는 자세 만큼은 어떤 선수보다 진지하다. 올 시즌 컨디션 난조로 두 번이나 2군행 버스를 타면서 1군에 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욕이 앞서도 부상을 이길 재간이 없었다. 18일 대전 한화전부터 주춤하던 박석민의 방망이가 21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침묵했다. 25일 대구 롯데전에서도 안타를 하나만 생산해내는데 그쳤다. 그러나 26일 박석민은 심기일전한 듯 2점 홈런을 2개나 쳐내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박석민은 2-1로 앞선 2회 2사 2루에서 이용훈의 직구를 밀어쳐 우측 펜스를 훌쩍 넘겼다. 이날 승리에 쐐기를 박는 2점 홈런포였다.

첫 타석부터 심상치 않은 타격감을 과시한 그는 5회 채상병이 우중간 2루타로 출루하자 이번에도 김이슬의 직구를 받아쳐 우익수 키를 넘기는 아치를 그려냈다. 이뿐만 아니다. 4회 타석에서 이용훈의 투구에 등을 정통으로 가격 당했음에도 절뚝거리며 걸어 나갔고 1사 만루에서 강봉규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을 때 홈을 밟았다. 7회에도 볼넷을 골라 출루하는 등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2타수 2안타 4타점.

박석민은 “주자가 없을 때는 출루해 다음 타자에게 기회를 연결시켜주려고 했고, 득점 찬스에서는 내가 타점을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하고는 “최근 득점권 찬스에서 안타가 없어 위축이 됐는데 오늘을 계기로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대구|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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