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박찬호가마무리로활약하기힘든이유

입력 2009-08-31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블론세이브(BS)를 기록한 투수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마무리 브래드 릿지(34)다. 무려 9차례나 BS를 허용했다. 최근 릿지의 잇단 블론세이브로 월드시리즈 2연패에 도전하는 필라델피아는 고민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필라델피아의 로컬신문 데일리뉴스가 홈페이지에서 릿지를 포함한 후보자 7명을 올려 놓고 여론조사를 벌였다. ‘누가 필리스의 마무리가 돼야 하느냐’다. 구원투수 박찬호(사진)가 가장 많은 37.1%%를 획득했다. 사실 한국 선수가 포함된 여론조사는 국내에 기사 한줄이 나올 때부터 왜곡된다. 인터넷 강국의 진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박찬호는 마무리 경험이 없다. 승부가 좌우되는 9회 상황에서의 등판은 심장과 경험이 절대적으로 우선이다.

2위가 부상으로 현재 재활중인 브렛 마이어스로 30.4%%다. 실제 전문가들은 릿지의 대안으로 마이어스를 꼽았다. 마무리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어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릿지의 자리를 뺏고 싶지 않으며 기회가 오더라도 사양하겠다”고 밝혔다. 찰리 매뉴얼 감독도 아직은 릿지를 마무리로 밀어 붙이고 있다. 매뉴얼 감독으로서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48경기에서 단 한차례도 BS없이 세이브를 올린 릿지를 쉽게 내칠 수가 없다.

29일(한국시간) 애틀랜타전에서 4-2로 앞선 9회에 등판해 26세이브째를 작성했다. 박찬호는 비로 순연된 이날 경기에서 선발 페드로 마르티네스(2이닝 투구), 롱맨 제이미 모이어(4.1이닝)에 이어 세번째 투수로 7회 등판해 두 타자를 삼진 1개를 낚으며 가볍게 처리, 무실점으로 막아 시즌 9호째 홀드를 기록했다.

마무리 투수는 구위도 중요하지만 심장이 강해야 한다. 피칭도 단순해야 한다. 마무리는 구종이 다양할 필요가 없다. 빠른 볼과 주무기 변화구 하나만 있으면 된다. 또 지나간 경기를 빨리 잊어버리는 ‘숏메모리’가 필요하다. 제구력은 필수다.

박찬호가 구원전문으로 뿌리를 내린 게 지난해 LA 다저스부터다. 주로 롱맨 역할이다. 올 전반기에 필리스에서 가끔 셋업맨 역할도 했지만 주 보직이 아니다. 필리스의 셋업맨은 라이언 매드슨이다. 통상적으로 셋업맨은 마무리로 가는 수순이다. 구위는 마무리보다도 더 좋은 셋업맨이 많다.

그러나 정신적인 면에서 큰 차이를 보여 수업과정이 필요하다. 매드슨도 릿지의 부상으로 마무리로 기용됐다가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밀워키 브루어스 트레버 호프먼이 41세에도 연봉 600만 달러를 받으면서 평균 134km의 직구로 여전히 활약하는 이유는 아무나 마무리 투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LA|문상열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