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시즌OUT’히스토리…“주사투혼그만…”

입력 2009-09-01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반드시 일어난다”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롯데 투수 손민한은 비록 올 시즌 복귀는 어렵게 됐지만 재기를 향한 마음가짐만은 확고하다.

먹튀소리 들을라 통증주사로 버텨 - 선수협 회장 책임감에 무리한 등판 - 다가올 부활을 믿기에 후회는 없다어깨는 최악의 상태지만 한동안 자신을 억눌렀던 마음고생은 어느 정도 털어낸 듯 조금은 홀가분한 목소리였다.

어깨 통증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한 롯데 투수 손민한(34)이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27일 대구 삼성전을 마지막 등판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그는 현재 선수단 훈련에도 참가하지 못한 채 부산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태.

손민한은 31일 전화통화에서 “우리 팀이 포스트 시즌에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올해는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다”면서 “아쉽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성적을 떠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어야 했는데 내가 미련을 못버리고 질질 끌어 여기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어깨 통증 탓에 페넌트레이스 초반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손민한은 ‘8월까지도 힘들다’는 예상을 뒤엎고 6월 7일 잠실 두산전에 시즌 첫 등판, 6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을 챙겼다. 겉으론 화려한 복귀전이었지만 실상은 주사를 통해 통증을 삭히며 얻어낸 ‘안타까운 승리’였고, 그의 ‘주사 투혼’은 이후 지속됐다.

7월 중순 개인 3연승을 내달렸지만 구속은 회복되지 않았고, 급기야 8월 다섯 차례 등판에선 단 한번도 승을 챙기지 못하며 3패만을 떠안았다. ‘아픈 어깨를 참고 그동안 오래 버텼다’는 게 주변 평가다.

사실 6월 갑작스런 복귀 자체가 그의 어깨 상태를 고려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타팀 선수들까지 ‘올해만 야구하고 그만둘게 아닌데…’라며 안타까워했지만 그는 기어코 마운드에 올랐다. 그가 주사를 맞으면서까지 마운드에 올랐던 이유는 FA로서 ‘먹튀’란 소리를 듣기 싫었던 자존심과 선수협 회장으로서 했던 실책을 만회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선수협 회장인 그는 시즌 초반 노조 설립이란 카드를 내밀었지만 여론의 벽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회장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주변 인물의 말에 휘둘렸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그런 비난 속에서 손민한이 할 수 있는 건 마운드에 오르는 일뿐이었다.

롯데 모 관계자가 “민한이가 올해 선수협 회장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선수 생명을 걸면서까지 그렇게 무리해 마운드에 오를 이유가 없었을 텐데…”라고 말하는 것도 그래서다.

손민한은 전화통화에서 수차례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성적을 떠나 최선을 다했다는 데도 적잖은 의미를 부여했다. 망가진 어깨를 다시 찾기 위해, 한동안의 마음고생을 털고 이제 기나긴 재활에 들어가는 손민한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