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짝이다리’박지영“축구는나의삶…장애는없다”

입력 2009-09-0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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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온 몸 바쳐 첫 골! ‘짝짝이 다리’의 핸디캡을 딛고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현대제철 박지영(가운데)이 7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9 WK리그 부산상무전 전반 슈팅을 날린 뒤 상대 골키퍼와 부딪혀 넘어지고 있다.수원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현대제철, 부산상무전 3-0 대승 견인
시즌 첫 골이 결승골… 천금 1승 안겨


“못 뛰어다니는 한이 있어도 축구 할래요.” 열세 살의 어린 소녀는 운동을 만류하는 아버지와 의사 선생님 앞에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골반장애를 딛고 일어선 의지의 신인 박지영(21·현대제철)이 팀에 천금같은 1승을 안겼다. 박지영은 7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부산상무와의 ‘대교눈높이 WK리그 2009’ 14라운드에서 결승골 포함 1골1도움으로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시즌 첫 골이라 기쁨이 더 컸다. 현대제철은 6월 15일 수원FMC전 이후 6경기 만에 승수를 챙기며 7승5무2패(승점 26)로 같은 날 충남일화를 역시 3-0으로 누른 선두 대교(10승2무2패·승점 32)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박지영은 중학교 1학년 때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아버지의 말에 병원을 찾았다가 양쪽 다리 길이가 다르니 축구를 그만두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공차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터라 축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영리한 머리와 볼 센스를 갖춘 그녀는 U-15, U-17 대표팀 등 엘리트 코스를 모두 거쳤고 지금도 대표팀 공격수로 활약 중이다.

그러나 대학 졸업 즈음 또 시련이 왔다. 많이 뛰어야 하는 성인축구에서는 장애를 가진 그녀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실업팀들이 외면했던 것. 155cm의 작은 키도 약점이었다.

다행히 그녀의 재능에 주목한 안종관 현대제철 감독의 선택을 받아 팀에 입단, 신인임에도 주전으로 활약중이다.

특히 안 감독이 “(박)지영이가 있어야 (김)주희가 산다”고 할 정도로 에이스 김주희와는 찰떡호흡을 자랑한다. 이날도 박지영은 전반 13분 선제골에 이어 2-0으로 앞서던 후반 28분 날카로운 패스로 김주희의 골을 도왔다. 박지영은 “지금도 다소 통증은 있지만 뛸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아직 골이 없어 오늘 욕심을 좀 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 기쁘다”고 밝게 웃었다.

한편 군산에서는 서울시청이 수원FMC를 4-1로 대파했다.

수원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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