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농구 대표팀, 술대결 벌였더니…

입력 2009-09-09 1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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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한 자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 이 속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운동선수들 중에는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일반인 주당(酒黨)을 능가하는 술꾼들이 있다.

어느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이 ‘주당 클럽’에 들어갈까. 이미 39년 전 농구 선수들의 술 실력은 만천하에 알려졌다.

1970년 방콕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경기대회 때의 일. 이 대회에서 나란히 우승한 남자 축구대표팀과 농구대표팀이 우승을 자축하며 벌인 ‘술 대결’은 아직도 체육인들에게 회자되는 일화다.

귀국 전날 밤 선술집에 모인 양 대표팀 선수들은 맥주병을 쌓아놓고 한판 승부를 벌였다. 밤새 진행될 줄 알았던 승부는 초저녁에 싱겁게 끝났다. 완승을 거둔 쪽은 농구대표팀. 축구팀의 한 선수가 마지막까지 항거했으나 동료들이 이미 ‘초주검’을 당한 상태여서 백기를 들고 말았다. 이 후로 축구 선수들이 감히 농구 선수들에게 술 대결을 제안하는 일은 없어졌다.

농구 배구 씨름 종목 선수들의 주량이 큰 이유는 일단 몸이 커서 ‘저장량’이 큰 데다 장이 길어 술을 소화해내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여기에 선수들은 일반인들보다 운동량이 많고 이로 인한 땀의 양 및 수분 섭취량의 증가로 인해 대사가 항진되어 알코올의 분해도 빠르게 진행된다고 한다.

몇 몇 종목의 선수들이 유달리 술을 밝히는 이유는 분위기 탓이라는 견해도 있다. 지도자나 선배들이 거의 술을 즐기는데다 선수들의 음주도 너그럽게 봐주어 거리낌 없이 술을 마신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알코올과는 가까운 편이다. 시즌 중 매일 경기를 하지만 다른 종목에 비해 운동량이 많지 않은 프로야구 선수들 가운데는 그날의 피로를 술로 푸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운동량이 많은데다 경기 자체가 거칠어 술을 가까이 해서는 선수 생활이 힘든 축구의 경우 선수들이 음주를 극도로 자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축구 전문가들에 따르면 축구 선수의 경우 경기장에서 뛰는 것만 봐도 음주 사실 여부를눈치 챌 수 있다고 한다. 축구는 한 경기당 공격수가 평균 11~12.5㎞, 미드필더가 14.5~15㎞, 수비수가 9.5~10㎞까지 뛰는 고강도의 운동이어서 전문가들 눈에는 음주를 상습적으로 하는 선수들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고 한다.

1980년대까지 이름을 날렸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한 축구 지도자는 “축구선수들에게 술은 독이나 다름없다. 축구 신동이라는 찬사를 받으면서 반짝 했다가 기량이 뚝 떨어지면서 사라져간 선수 대부분이 음주와 관련돼 있다”고 말한다.

술도 잘 먹고 운동도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과거나 현재의 스포츠 스타플레이어 중에는 술도 세고 운동도 잘하는 선수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수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권순일| 동아일보 스포츠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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