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벤치스토리]신고선수김지호‘전천후야수’의꿈

입력 2009-09-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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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신고선수 김지호. 스포츠동아DB

삼성 포수 김지호(23·사진)는 올해 초 신고 선수로 입단했다. 그리고 8월부터 1군에 올라왔다. 하지만 삼성 1군 엔트리에는 ‘김지호’란 이름이 없다.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게 그의 진짜 임무이기 때문이다. 배팅볼을 던지고, 불펜에서 투수의 공을 받고, 훈련이 끝나면 주변을 정리하는 일. 그래도 그는 늘 웃는다.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이렇게라도 1군을 경험하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이 선수들처럼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요. 동기부여가 됐으니 저한테도 소득이죠.” 또랑또랑한 눈빛에서 진심이 읽힌다.

○‘훈련 보조’라도 행복한 그의 커다란 열정

유년기는 순탄치 않았다. 부모님은 그가 아주 어렸을 때 헤어졌고, 김지호는 아버지를, 누나는 어머니를 따라갔다. 택시 운전을 하는 아버지가 홀로 뒷바라지하기에 야구는 너무 ‘비싼’ 운동. 하지만 그는 아들의 꿈을 존중하는 아버지와 멀리서 따뜻한 위로를 보내는 어머니를 마음에 품고 고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은 걸 갖고 있는 사람은 절실함이 없잖아요. 힘들게 야구를 해왔지만, 그 덕분에 늘 갇혀 있던 제 성격이 많이 밝아졌어요. 그래서 전 야구가 정말 좋고, 지금이 행복해요.”

그만큼 절실했던 야구다. 그래서 매일을 야구로 열고 닫는다. 2군 선수들과 똑같이 오전 8시에 눈을 뜨고, 실내훈련장에서 홀로 타격연습을 하는 게 오전 일과다. 오후에 1군 훈련이 시작되면 방망이 한 번 쥐어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훈련을 돕는 틈틈이 1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노하우를 곁눈질로 배운다. 야간 경기가 끝난 후에는 또 홀로 복습을 하고나서 잠자리에 든다.

당연히 고된 생활이다. 하지만 간절한 목표가 있는 사람에게는 무엇이든 버텨낼 힘이 생기게 마련. 고교 시절까지 유격수였다가 골반 부상 때문에 포수로 전환했던 그가 남몰래 품고 있는 꿈은 이렇다. “지금까지 아무도 해내지 못한, 내·외야를 아우르는 전천후 야수가 되고 싶어요. 일단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백업 포수, 그리고 나중엔 외야에도 도전해 보는 거죠. 김재걸 선배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팀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요.”

김지호는 “야구를 향한 내 열정에 실력이 미치지 못하는 게 가장 서럽다”고 했다. 그래도 “끝까지 좌절하지 않을 생각”이라고도 했다. 죽도록 이를 악물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열정과 실력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 올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으니까.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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