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Kiss]‘세계제패’한국女볼링의힘         

입력 2009-09-1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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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2009년 세계여자볼링선수권에서 한국은 선수 6명이 참가, 2인조에서 금메달(강혜은-황선옥)과 동메달(손연희-홍수연), 팀전에서 금메달(김여진, 강혜은, 손연희, 황선옥, 전은희, 홍수연), 마스터즈에서 은메달(황선옥), 동메달(강혜은, 손연희)을 따냈다. 한국 볼링이 세계선수권 사상 처음으로 종합 1위에 오른 쾌거였다. 종합 1위라는 성적도 대단하지만 그 이면에 담긴 경기상황과 경기내용을 보면 더욱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고, 다른 종목의 선수 및 지도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희망과 교훈이 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그럼, 한국 볼링의 성공 원동력은 무엇일까? 한국 볼링팀의 성공전략을 살펴보는 것은 미시적으로는 성공을 원하는 선수 및 지도자에게, 거시적으로는 세계를 제패하고자 하는 협회 및 국가적 측면에서도 매우 의의가 있다.

세계적 경기력을 유지하는 첫째 이유는 선수들의 높은 심리기술이다. 심리기술은 ‘경기 때 주변여건에도 상관없이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경쟁불안, 주의집중 저하 등으로 인해 국가대표 선수나 프로선수들도 연습 때보다 큰 경기 때 성적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 볼링선수들은 상대 팀이나 레인에 상관없이 적정 각성수준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만 초점을 맞추는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예를 들어, 한 선수는 경기 후 “자신과 플레이 한 선수가 누구인지 몇 점을 쳤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런 높은 수준의 심리기술은 끊임없는 훈련의 결과이며, 이는 기술의 정확성 및 높은 경기력으로 연결됐다.

둘째 이유는 팀 응집력이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개인전, 개인종합, 마스터즈 같은 개인종목보다는 2인조, 3인조, 5인조 같은 팀 전에서 높은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은 응집력이 높다는 것을 실증해 주는 사례다. 팀 응집력은 과제응집력과 사회응집력으로 구성되는데, 어려서부터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해온 선수들이기 때문에 높은 사회응집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국가대표선수가 되기 위한 치열한 선발전을 이기고 올라온 자부심과 선수들이 가지는 높은 자아성향으로 인해 과제응집력 또한 매우 높다. 이러한 높은 응집력으로 개인의 경기력이 상호 작용해 팀 전에서 보다 좋은 성적을 내게 된다. 특히 3인조, 5인조에서 보여주는 우리 선수들의 팀워크들은 다른 나라들이 벤치마킹해 실제 경기에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셋째, 지도자의 효율적인 코칭 능력이다. 국가대표 감독과 코치는 풍부한 선수 경험은 물론이고 15년 정도의 지도자 경험이 있다. 세계선수권, 아시안 게임의 경험과 스포츠 과학적인 지식을 적절히 활용해 선수에게 맞는 훈련을 시키고, 실제 경기에서도 선수가 최고의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코칭을 한다. 볼링은 레인상태와 상대방 수행에 따라 경기력이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뛰어난 지도자는 레인과 선수의 컨디션을 파악해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코칭을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우리나라 볼링 지도자들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마지막으로 협회의 지원이다.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 게임에 협회 회장, 실업볼링협회 회장, 전무 등이 동행해 선수들의 동기를 유발시키고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탐색해 지원했다. 협회 관계자들이 전 경기를 참관하고 지원하는 모습은 참가국 45개국 중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렇듯 여자국가대표 볼링팀의 세계 제패라는 성공의 이면에는 선수, 지도자, 협회의 노력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있었고, 이는 다른 종목에서도 충분히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신정택 KISS 연구원
연세대에서 스포츠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국가대표 및 프로선수의 심리기술훈련 및 심리측정 등에서 인정받고 있는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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