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스,우승컵싹쓸이‘매직쇼’

입력 2009-09-17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포항 선수들이 16일 열린 컵 대회 2차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차지한 뒤 파리아스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포항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포항,부산5-1대파컵대회정상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의 포항이 1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피스컵 결승 2차전에서 황선홍 감독의 부산을 5-1로 격파, 2일 1차전 1-1 무승부를 포함, 합계 1승1무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포항이 컵 대회를 차지한 것은 1993년 이후 16년 만이다. 1990년 국내 최초 전용구장으로 개장한 스틸야드에서 19년 만에 첫 우승 트로피를 가져온 터라 의미는 더욱 컸다.

이로써 포항은 올 시즌 트레블(컵대회, 정규리그, 아시아 챔스리그)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날 포항은 전반 6분과 후반 11분 황진성, 전반 14분과 32분 각각 데닐손과 김기동, 후반 33분 김태수가 연속포를 터뜨린 반면, 부산은 후반 1분 양동현이 한 골을 만회한 데 그쳤다. 득점왕은 5경기 4골을 넣은 포항 유창현, 도움왕은 포항 조찬호(4경기·3도움)가 차지했다.

○‘한국형 문화’와 ‘카리스마’로

또 한번 K리그에는 ‘매직’이 빛을 발했다. 2005년 부임한 파리아스는 2007년 K리그에 이어 2008년에는 FA컵, 올 시즌은 컵 대회를 차지했다. 국내 프로축구 모든 타이틀 획득은 차경복 성남 감독이 99년(FA컵), 2001-03(K리그 3연패), 컵 대회(02, 04)를 제패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지만 3년 연속 다른 대회 ‘싹쓸이’는 처음이다. 외국인 사령탑으로서도 최초. 포항도 5월 이례적으로 파리아스와 2년 재계약에 합의, 2011년까지 총 7년 간 벤치를 맡겼고 차량을 선물하며 신뢰를 보였다.

파리아스가 ‘한국형 감독’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된장찌개, 생선구이 등 음식은 물론, 한국식 문화에 완벽히 적응했다. 엄격한 선·후배 관계까진 아니지만 외국인 감독답지 않게 합숙문화에도 익숙하다. 경기 며칠 전, 통상적인 훈련 외에도 필요하다 싶을 때 선수들을 소집한다. 팀이 하락세를 보일 때, 집중력이 떨어질 때 전지훈련으로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박창현 수석코치는 “훈련량은 많지 않지만 엄격하다. 사생활은 간섭하지 않지만 ‘칭찬’보단 엄격한 ‘질책’으로 선수들을 휘어 잡는다”고 말했다.

○‘인간미’와 ‘팔색조 전술’로

항상 ‘호랑이 교사’의 모습은 아니다. 선수단과 자주 미팅을 하며 교감을 나눈다. 부부, 애인 동반 모임은 선수들에게 너무 익숙하다. 코칭스태프에 대한 선수들의 태도에서 ‘경외심’까지 느껴진다는 게 구단의 설명. 노병준은 “(감독이) 한 마디만 해도 그냥 믿어진다”고 했고, 김형일은 “지시만 그대로 따르면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아스는 선수들에 유독 ‘우승’과 ‘승리’를 강조한다. 컵 대회 무용론이 대두됐을 때 “우리 목표는 우승”이라며 선수단을 독려했다.

‘팔색조 전술’도 대단했다. 측면 요원 최효진을 중앙에 배치하기도 했고, ‘될성부른’ 2군을 과감히 1군으로 끌어올려 효과를 봤다. 한 번 실패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작년 예선 탈락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에 진출,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포항 관계자는 “파리아스는 전체와 각각의 포지션을 따로 주문한다. 마치 ‘체스’를 보는 듯 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파리아스 감독 감격 소감 -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감독 맡고싶다”

오늘 같은 기회는 항상 오는 게 아닌데 선수들이 우승 타이틀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오늘 우리는 홈경기에서 무조건 공격적으로 나서 팬들에게 많은 골을 보여주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만족스럽게도 승리했다. 스타선수가 있어서 꼭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11명만 중요한 것도 아니고 14명 혹은 17명도 아니다. 팀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됐을 때 강해진다. 올 시즌 새롭게 시도한 스틸러스 웨이 프로젝트도 좋은 효과를 봤다.

물론 지금에 만족하면 안 된다. 올해 3관왕을 노리고 있는데 우승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다. 단 한 개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개인적으로도 2014년 월드컵이 고국인 브라질에서 열리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꼭 참가하고 싶다. 어떤 팀이든 관계없다. 더 큰 무대로 가기 위해서는 현재 포항에서 더 많은 우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주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이 있는데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지만 역시 공격적으로 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

포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