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미리터뜨린샴페인’포항이번엔덕봤다

입력 2009-09-1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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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선수들이 16일 컵 대회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포항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번에는 미리 터뜨린(?) 샴페인이 제대로 효과를 본 것일까.

포항 스틸러스는 16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컵 대회 결승전에 프로축구연맹 이사진을 초청했다. 개인 사정으로 오지 못한 FC서울, 대전 시티즌, 울산 현대 단장을 제외한 12개 구단 단장과 곽정환 연맹 회장은 이날 포스코 내 영빈관에 해당하는 청송대에서 간담회를 가진 후 스틸야드로 이동해 다 같이 경기를 관람했다. 올스타전과 같은 이벤트성 대회가 아니고서야 이사진이 경기장에 모두 모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 그리고 이를 두고 포항이 너무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뜨린 것 아니냐는 묘한 시선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연맹 이준하 사무총장은 “원래 리그나 FA컵, 컵 대회 우승을 한 뒤 해당 구단이 단장들을 초청해 식사 대접을 하는데 포항은 이번에 미리 쏜 셈이다”고 웃음을 지었다. 하프타임 때 만난 부산 안병모 단장 역시 포항이 전반에만 3골을 몰아넣으며 크게 앞서간 것을 의식한 듯 “미리 한 턱 쏜다고 해서 와보니 실제로 믿는 구석이 있었나 보다”고 씁쓸해 했다.

재미있는 것은 포항이 미리 터뜨린 샴페인에 혹독한 징크스를 거친 적이 있다는 점. 포항은 1995년 일화(현 성남)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을 1-1로 비긴 후 홈 2차전에서 축배를 들겠다며 샴페인을 준비했다가 2골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3-3 무승부를 거둔 뒤 결국 3차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포항 한명희 단장은 “미리 쏘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단지 결승이라 다른 팀 경기가 없으니 단장들을 초청한 것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흐뭇한 미소만은 감추지 않았다.

포항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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