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하기복·이중재,축구화벗고마침내법복을입다

입력 2009-09-2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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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화를 벗은 뒤 책과 씨름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중재 변호사(왼쪽)와 하기복 변호사. 이들의 공통 목표는 축구를 통해 사회공헌에 기여하는 것이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축구선수출신변호사
최근 ‘공부하는 운동선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초중고 축구대회 방식이 토너먼트에서 주말 리그제로 바뀐 것도 선수에게 학습권을 주기 위해서다.

이런 가운데 축구 선수 출신에서 법률가로 화려하게 변신한 하기복(35) 변호사와 이중재(34) 변호사가 눈길을 끈다.

대한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회 소속인 이들은 운동선수 출신도 사회생활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모범 사례다.

하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는 현재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스포츠 및 연예인들의 지적 재산권에 관심이 많다. 이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는 법무법인 정률에서 의료 쪽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축구화를 벗고 책을 잡다

하 변호사는 광주 북성중학교까지 축구화를 신었다. 북성중은 윤정환 등이 졸업한 축구 명문. 실력도 남부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중 3때 심한 발등부상을 당하면서 인생의 항로가 바뀌었다. “축구를 포기하고 공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주위의 도움으로 학교 수업을 충실히 들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고교 시절엔 그야말로 죽어라고 책과 씨름했다. 기본 실력이 없어 영어나 수학 공부에 애를 먹였다. 공부만 해온 친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하는 길밖엔 없었다. 그는 “운동할 때보다 몸이 편했고, 재미도 있었다”며 오히려 공부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집안 어른들이 판사나 검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됐다.

그의 선택은 동국대 법학과였다. 대학 합격은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이런 자신감과 부단한 노력으로 2001년엔 꿈에 그리던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이 변호사는 대학 1년 때까지 운동한 촉망받던 선수였다. 포지션은 윙과 포워드. 통진종고를 거쳐 특기생으로 홍익대에 진학했다. 전공수업을 듣는 조건으로 특이하게도 건축학과에 입학했지만, 축구만 해온 그에겐 만만치 않았다. “대학에서 처음으로 굿모닝(Good Morning)을 써봤죠. 전공시험이 너무 힘들었고, 특히 수학이 괴롭혔습니다.”

선수로 성공하기 위한 1차 관문인 대학엔 입학했지만, 프로에 가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프로에서 성공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스무살 어린 선수가 느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대학에 왔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에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부상 등이 겹치면서 선수를 포기한 채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다 온 그가 미래에 대한 밥벌이를 위해 시작한 것이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었다.

그런데 민법을 처음 접하면서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특기생으로 들어왔기에 운동을 그만 둔 마당에 더 이상 학교를 다닐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법이 적성에 맞더라구요. 공부도 재미있었고요.” 2학년을 마치고 자퇴한 뒤 방송통신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본격적으로 법학도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2000년 1월 신림동 고시촌으로 들어가면서 목숨을 건 공부와의 승부는 시작됐고, 4년 만에 사법시험 합격증을 품었다.

○축구를 통한 사회공헌을 꿈꾸며

인생 2막. 변호사가 된 그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직업으로서 축구는 포기했지만, 축구와는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올 초 축구협회 이사로 선임된 하 변호사는 연수원 시절 축구동아리에서 활동했고, 변호사 개업 이후에도 꾸준히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2년에 한번 열리는 세계변호사월드컵대회에도 2차례 출전했고, 내년 터키대회 출전의 꿈에 부풀어있다.

매년 열리는 한일변호사월드컵의 주전 멤버인 그는 “축구는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현재 5개의 축구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입니다. 변호사 해서 번 돈을 축구하는 데 모조리 쓰고 있죠”라며 웃었다.

이 변호사도 축구가 생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축구협회 제도개정위원회에서 활동했으며, 협회 고문으로도 위촉됐다. 요즘 축구와 법, 이 두 가지의 연결고리를 만들겠다는 의욕이 넘쳐난다.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축구를 통한 사회공헌이다. 단일 스포츠로는 세계 최대 종목인 축구가 우리 사회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말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공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축구선수 출신도 얼마든지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과 특기생 제도를 없애는 등 선수들이 공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운동선수를 그만두더라도 더 많은 인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도자는 한정되어 있죠. 그래서 혹시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뭘 해서 먹고 살 것인지를 항상 고민해야합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가 되어야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무식하지도, 무모하지도 않은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은 학생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 하기복 변호사 프로필

- 1974년 4월1일생
- 북성중(광주)-영선고(전북 고창)-동국대 법학과
- 사법시험합격(2001년)
- 변호사 사무소 개업(2005년)
- 대한축구협회 이사 및 사회공헌위원회 위원(2009년)

● 이중재 변호사 프로필

- 1975년 5월16일생
- 통진중-통진종고-홍익대 건축학과(2년 자퇴)-방송통신대 법학과
- 사법시험합격(2004년)
- 법무법인 정률 파트너(2009년)
- 대한축구협회 고문 변호사 및 사회공헌위원회 위원(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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