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말한다]강병철전롯데감독“지금도생생해, 84년의기적”

입력 2009-09-2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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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전 롯데감독. [스포츠동아 DB]

“84년 우승 순간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지. 다른 일들은 가물가물해도 그때 기억은 잊을 수가 없어.”

강병철(63·사진) 전 롯데 감독은 가장 잊을 수 없는 경기로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을 꼽았다. 당대 최강전력이라고 평가받던 삼성과 7차전 혈투 끝에 4승3패로 꺾고 우승한 것. 당시 강 감독의 나이는 38세. 아직도 역대 최연소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으로 남아있다.

“사실 우리는 7차전까지 간 것만으로도 100%%, 아니 200%% 이상 해낸 것으로 생각했어. 롯데는 선수가 풍부하지 못했잖아. 투수도 최동원 임호균 만으로 돌려야했고. 삼성은 김일융 김시진에 권영호 황규봉 이선희까지 최고투수들이 즐비했으니까.”

6차전에서 롯데가 선발 임호균의 역투 속에 3-1로 앞서자 ‘황금팔’ 최동원이 5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전날 완투패했던 최동원이 다시 나오자 삼성은 당황한 표정. 결국 롯데의 6-1 승리로 3승3패 균형을 맞췄다. 그런데 하늘의 도움일까. 7차전을 앞두고 비가 내렸다. 하루의 휴식이 찾아왔다.

“임호균은 6차전에서 물집이 터져 손가락 살갗이 벗겨져 못 던지고, 잠실구장에 도착할 때까지 최동원도 안 나오는 걸로 돼 있었지. 그런데 자신이 던지겠다는 거야. 비로 하루 쉬었지만 무리라고 봤어. 그런데 그 친구 승부욕이란…. ”

7차전은 3승씩을 기록하고 있던 최동원과 김일융의 선발 맞대결. 삼성은 6회 오대석의 솔로홈런으로 4-1로 리드할 때만 해도 우승이 눈앞에 보였다. 그러나 롯데가 7회 4-3까지 따라붙은 뒤 운명의 8회말. 1사 1·3루서 유두열이 결승 3점포를 날렸다. 최동원의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4승, 롯데의 첫 우승은 이렇게 쓰여졌다.

“유두열이 시리즈 내내 1안타 밖에 없을 정도로 부진했지. 그런데 유두열을 뺄 정도로 롯데는 멤버가 풍부하지 않았어. 김일융이 무조건 들어올 것으로 보고 좌투수 볼을 잘 치는 두열이를 넣었던 거였는데. 허허. 그 홈런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해.”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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