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판매3000장‘티켓전쟁’]만원짜리티켓,암표6만원에팔려

입력 2009-09-29 21: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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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표를 달라” 1차전을 앞둔 매표소에는 응원 문구 사이사이로 현장판매 입장권을 더 늘려달라는 항의를 담은 내용이 눈에 띄었다.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오후2시판매시작…55분만에동나, 100여명넘는암표상‘부르는게값’
역시 부르는 게 값이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인터넷 예매분이 25일 매진되자 현장 판매분 3000장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치러야했다.

그러나 현장 판매분은 오후 3시 판매를 시작하자 55분 만에 모두 동이 났다. 티켓을 구입하려고 순서만 기다리던 팬들은 한숨을 내쉬며 발길을 돌리자 때를 맞춰 암표 상 10여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중앙판매소 앞을 비롯해 100여명이 넘는 암표 상들이 표를 구입하지 못한 팬들에게 다가가 “티켓”이라며 짧은 말로 속삭였다.

이날 1만 원이 정가인 일반석은 6만 원을 웃돌았고 열성 팬들은 6배가 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현장 판매가 매진되기 전에는 일반석은 2~3만원 안팎이었다.

줄을 기다리던 팬들과 뒤늦게 현장에 온 팬들은 암표 상이 부르는 대로 티켓을 살수 밖에 없었다. 암표 상들은 2명의 남자 팬에게 다가가 흥정을 했고 이들은 지갑에서 십만 원권 수표를 꺼냈다. 현장을 단속하던 요원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수표에 이서도 받을 겨를도 없이 빨리 주고받았다.

● ‘텐트 돗자리를 이용해 쪽잠’

현장 판매 분을 구입하기 위해서 일부 팬들은 하루 전날부터 매표소 근처에 터를 잡았다.

KBO의 한 관계자는 “지방에서 올라온 팬들과 서울에 사는 팬들이 텐트와 돗자리를 이용해 28일부터 야구장에서 밤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윤 모(44) 씨는 “일찌감치 인터넷으로 티켓을 구매했다. 롯데가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서울까지 원정응원을 왔다”고 말했다.

● “학교요? 직장요? 음…”

각 매표소마다 300여명의 팬들이 길게는 100m넘게 줄을 서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는 직장인으로 추정되는 20~30대 젊은 사람들과 교복을 입은 학생도 눈에 띄었다. KBO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현장에 찾아온 팬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직장과 학교를 어떻게 대체하고 왔을까.

두산 팬이라고 소개한 직장인 정 모(32) 씨는 “인터넷으로 표를 구입하지 못한 친구들 대표로 휴가를 냈다”고 말했다. 위에는 평상복을 걸치고 아래는 교복치마를 그대로 입은 한 여고생도 “인근에 학교가 있다. 같은 반 친구들 대표로 수업도중 몰래왔다. 친구들과 인터넷으로 10여장을 구입했는데 현장에 와서 표를 교환하고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포스트시즌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생애 최고의 가을잔치다.

잠실 |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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