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가을야구와팬

입력 2009-10-05 1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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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 첫 번째 탈락 팀이 나왔다. 희생자는 롯데다.
17년 기다려온 우승의 꿈은 또 이렇게 물거품이 됐다. 팬들의 감정은 아쉬움을 넘어선다.

일 년 내내 야구에 열광한 부산 팬들은 이제 잠시 야구를 ‘잊어야’ 한다. ‘8888577’ 때 보다는 나아졌지만, 롯데가 정상을 정복하기에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그래도 ‘신(神)은 지구상에서 가장 열광적인 팬을 부산에 보내주신 것은 확실하다’고 평가된다.

138만 명이라는 전대미문의 숫자가 사직을 방문한 2009시즌. 롯데 팬들이 보여준 성원은 한국 프로야구사에 의미 있게 기록될 것이다. 아쉽지만 내년을 기대하는 것이 순리다. 빨리 잊는 것이 고통을 줄이는 길이다.

이제 살아남은 두산과 SK의 플레이오프가 개봉박두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무릎을 꿇은 두산 팬들 입장에선 올해만큼은 승리해주길 간절히 기원할 것이다. 김경문 감독 입장에서도 한 팀에게 세 번 연속 당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팬들의 기대치가 너무 커진 것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경기를 즐기기로 유명한 두산 팬들이지만 SK와의 일전은 마냥 즐기기엔 구원(舊怨)이 남아있다.

절박하기는 SK팬들도 만만치 않다. 오랫동안 ‘변방야구’를 사랑한 인천팬들. 역사적으로 승리보다는 패배의 기억이 먼저였던 인천팬들. 지난 2년 동안 SK의 우승덕분에 명문도 그리 멀지 않았음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

올 시즌만 우승하면 1980년대 해태이후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3연속 제패의 위업이 기다리고 있다. 과거의 설움을 확실하게 날려버릴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비록 김광현, 송은범, 전병두 등 주력투수들이 빠졌지만 김성근 감독은 본인이 왜 ‘야신’인지 제대로 증명해 보이고 싶을 것이다. 평생 비주류였던 김성근 감독과 인천 팬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주류입성을 고대하고 있다.

우승에 대한 갈구라면 KIA 팬들을 따라오기 힘들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9번의 우승은 옛 영광의 그림자일 뿐 현재진행형은 아니었다. 1997년 해태 타이거즈의 우승이후 처음 진출한 한국시리즈. 천우신조의 기회이다. 꿈에도 그리던 V10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누구도 모른다. 올 시즌 KIA의 선전은 잠자던 KIA 팬들을 경기장에서 목 놓아 ‘울게’했다. 옛 영광은 아닐지라도 KIA 팬들은 자존심만은 찾고 싶어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스포츠에서 우승팀은 오직 한 팀뿐이다. 제로섬 법칙은 스포츠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즉 승리한 팀 팬의 기쁨은 패배한 팀 팬의 슬픔과 정비례한다. 프로스포츠는 결국 팬들의 슬픔과 절망이라는 비극을 먹고 사는지도 모른다.

롯데의 탈락으로 이제 KIA, SK, 두산만 남았다. 기쁨도 잠시, 두 팀은 결국 패배자가 되어야 한다. 팬들이여! 시리즈에서 진다고 너무 슬퍼하거나 절망하지 말자. 괴로워할수록 상대방의 기쁨은 배가(倍加)되니까.

마지막으로 관전자의 입장에서, 야구팬들의 몰입수준만 본다면 올 시즌은 필자가 경험한 가장 아름다운 시즌 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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