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 가을이야기] 교통사고도 이긴 지승민의 어깨

입력 2009-10-1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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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승민. 스포츠동아DB

쾅. 친동생이 운전하던 차가 앞서가던 관광버스를 들이받습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지승민(31·두산·사진)은 저도 모르게 왼쪽 어깨를 감싸 쥡니다.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통증.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교통사고. 급히 달려간 병원에서는 왼쪽 어깨 인대가 모두 손상됐다고 하더랍니다.

왼팔 하나만 믿고 살아온 20년의 야구 인생. ‘3개월 후면 공익근무가 끝나는데…. 그러면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는데….’ 여기서 모든 게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그 때 심정이요? 정말, 죽고 싶었죠.” 불과 2년 전인 2007년 11월의 일입니다.

당시 소속팀이던 삼성은 방출을 통보합니다. “전역이 코앞인 선수가 교통사고로 다쳤다고 하니, 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에요.” 그래도 지승민은 매달립니다. “재활만 열심히 하면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다고 해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구단은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단, 성공할 때까지 월급은 주지 않는 조건으로요.

“십 원 한 장 받지 않고,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재활만 했어요. 그 모습을 그래도 기특하게 보셨나 봐요. 작년 6월에 신고 선수 신분으로 다시 계약했으니까요.” 연봉은 신인들과 똑같은 2000만원. 지승민은 말 그대로 ‘새 출발’을 합니다.

2009 시즌. 2005년에서 멈췄던 성적표에 다시 새로운 숫자들이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던 6월, A형 간염에 걸려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한 달 후에는 두산 포수 채상병과 맞트레이드 됐고요.

“솔직히 첫 번째 트레이드(한화→삼성)는 힘들었어요. 하지만 확실히 두 번째는 좀 낫더라고요. 무엇보다 두산은 팀 분위기가 가족 같으니까요. 여기 와서 꾸준히 기회도 잡았으니, 전 지금 무척 행복합니다.”

준PO 엔트리에서 빠졌을 때도, 실망하진 않았습니다. 재활 첫 해에 ‘1군’이라는 첫째 목표를 이뤄냈으니까요. 대신 젊은 선수들이 주로 파견되는 미야자키 교육리그 참가를 자원합니다. ‘내가 없는 포스트시즌을 보면서 부러워하느니, 열심히 배워서 내년을 노리겠다’는 각오.

그런데 일본으로 출발하려던 4일, 집을 나서던 그에게 플레이오프 참가를 알리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신었던 신발을 벗고 쌌던 짐을 되풀다가, 슬며시 웃으며 승리의 주먹을 쥐어 봅니다.

“그렇게 큰 교통사고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이제 앞으로는 어떤 일이라도 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네요.” 지승민의 미소에서 설렘이 읽힙니다.
스포츠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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