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가을이야기]‘금동이’‘금커터’‘금데렐라’…금민철의가을전설

입력 2009-10-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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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민철.스포츠동아DB

“우리 ‘금동이’ 형!” 이원석이 금민철(23·두산·사진)의 곁을 지나치다 말고 장난스럽게 외칩니다. 뒤를 따르던 김현수도 웃으며 말합니다. “혹시 오늘 지더라도 우리 팀은 괜찮아요. 5차전 선발이 ‘금커터’니까.” 아무리 농담이라지만, 달라진 금민철의 위상을 실감할 만 합니다. 훈련을 정리하고 돌아오던 김광수 수석코치마저 웃으며 말했으니까요. “야, 우리 민철이 스타 됐구나!”

깜짝 선발들이 득세를 이룬 이번 가을잔치. 그 중에서도 으뜸이 바로 금민철입니다. 준PO 2차전(6이닝 1실점)과 PO 1차전(5이닝 1실점) 승리 투수. 어느새 ‘금데렐라’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그를 파격 기용했던 김경문 감독조차 이번엔 놀랐습니다. 두산에서 귀한 왼손 투수, 그래서 늘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봤던 금민철이 마침내 꽃을 피운 겁니다. 그것도 1년 농사 중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요.

지난 2년 간 몸도 마음도 힘들었기에, 두 번의 호투는 금민철에게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2008 시즌을 준비하던 스프링캠프. 그는 심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 이후 밸런스가 무너졌어요. 잔부상도 생기기 시작했고요. 몸이 안 아픈 쪽으로 던지려다보니 폼도 무너지고 구속도 떨어지고….” 침체기는 그렇게 찾아옵니다. 선발부터 패전처리까지 안 해본 보직이 없습니다. 불펜에서 한참 몸을 풀다가도, 예상했던 타이밍에 기용되지 못하고 결국 벤치로 돌아왔던 기억도 여러 번 있습니다. “믿음을 심어주지 못한 제 탓이니까요.” 그럴수록 어깨는 점점 더 아래로 내려앉습니다.

하지만 후반기가 시작되던 8월, 금민철에게 변화가 찾아옵니다. 잃어버린 밸런스를 찾았고, 볼끝에 힘이 붙기 시작했거든요.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과 어깨보강운동이 결과로 나타난 겁니다. 늘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던 그는 이제 자신의 투구를 보고 “기분이 좋았다”고 말할 줄도 압니다. “TV 재방송으로 봤거든요. 볼끝이 지저분하고 무거워 보여서…. 타자들 배트가 많이 돌아주니까 좋더라고요.”

그렇게 되찾은 자신감. 이제 ‘숙원’과도 같았던 붙박이 선발까지 노려볼 만 합니다. 하지만 그는 일단 한 발 물러섭니다. “아직은 몰라요. 일단 구속도 더 올리고 볼넷도 줄여야 하니까요.” 느릿한 말투 만큼이나 차분하게 걸어온 프로 생활. 이제야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와 새로운 기회를 만났습니다. 이번 가을은, 금민철에게 ‘잊을 수 없는 계절’이 될 겁니다.

잠실|스포츠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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