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감독은[ ]이다!

입력 2009-10-1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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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감독이 경기흐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각각 뚜렷한 개성과 소신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두산 김경문, SK 김성근, KIA 조범현 감독(위부터).스포츠동아 DB

프로야구사령탑의덕목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다. 가을 축제이기에 보는 재미는 더하다. SK-두산의 플레이오프는 양측 모두 홈에서 2연패를 하고, 원정에서 2연승을 거두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피말리는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5차전 승부가 더 기다려진다. 가을 축제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스타 선수다. 관중들도 흥을 돋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울러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감독이다. 어떤 투수를 선발로 내고, 어떤 선수를 교체하며, 어떤 사인을 내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일순간 달라진다. 다른 종목에 비해 월등히 많은 작전을 구사해야하는 야구 감독이야말로 승부의 키를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간순간 변하는 두산 김경문 감독이나 SK 김성근 감독의 얼굴을 보면서 그들의 어깨에 얹혀있는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주 ‘스포츠 & 사이언스’에서는 프로야구 감독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특히 감독이 가져야할 덕목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1. 지휘자
개인 경기력 녹여 팀전력 극대화

2. 성직자
선수단 전체의 존경을 받는 존재

3. 아버지(형님)
선수들 성격 완벽히 파악후 통솔

4. 재판관
특정인 편애없는 공정한 팀 운영

정장을 입는 다른 종목과 달리 프로야구 감독들은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는다. 덕아웃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경기를 지휘하며, 관중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열 번째 선수가 바로 야구감독이다. 야구에서 한 팀의 1군 로스터는 26명으로 구성된다. 감독은 매 경기마다 26명의 선수들만을 데리고 최고의 경기력을 이끌어 내야한다. 감독은 경기 중에 전술이나 작전을 결정하는 것 외에도 팀 내의 모든 것들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즉, 오더 작성, 팀 문화 구축, 연습 방법 결정, 연습 일정 설정, 코치 선임, 트레이드 등이다.

○감독이 해야 할 중요한 일들

특히 감독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선수들로부터 최대치의 경기력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왜냐하면 팀 내 선수들은 각자 생김새가 다르고 저마다 다른 사고 및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은 자기 팀 내 자원을 최대로 활용해 선수들이 최고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감독은 상황에 따라 오케스트라 지휘자, 심리 분석학자, 성직자, 선임하사, 아버지, 형님, 치어리더, 기상캐스터, 재판관 등의 여러 가지 면모를 한 몸에 갖추어야 한다. 선수들로부터 최고의 경기력을 이끌어내는데 있어 감독이 반드시 갖춰야할 2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 번째는 야구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며, 둘째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레너드 코페트는 저서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감독들이 갖춰야할 덕목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또한 최고의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되새겨야할 부분이다. 첫째, 감독은 선수들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둘째, 이 팀의 최고 의사결정자가 감독 본인이라는 사실을 선수들이 분명히 인식하도록 내규를 확립해야 한다. 셋째, 성격이 제각각인 선수들에게 필요한 바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다뤄야 한다. 넷째,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해 팀 전체로부터 최대의 효과가 나오도록 활용해야 한다. 감독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꼭 한 가지 꼽으라면 바로 이것일 것이다. 다섯 번째, 감독은 매 게임 운영을 적절히 해야 한다.

○최고의 덕목은 공정성

이런 다양한 덕목을 갖췄다 하더라도 모든 일을 하는데 있어서 공정하지 않다면 허사이다. 감독이 공정하지 않고 특정 선수만을 편애한다든지, 아니면 감정적으로 특정 선수를 배제한다면 팀은 정상적으로 흘러갈 수 없다. 감독이 공정하지 않다면 선수들은 야구장에서 감독이 원하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점에서 공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공정성은 야구를 포함한 스포츠 종목 뿐만 아니라 정부, 가족, 기업 등에서도 항상 좋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가장 먼저 뽑히는 것이다. 지도자에게서 공정성이란 전체 선수들을 공평무사하게 대하는 것을 말한다.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라고 해서 특혜를 줘서는 안 되고, 미미한 선수라고 해서 함부로 다뤄도 안 된다. 벌칙이나 제재는 공평하게 내려야 하며, 누가 수훈을 세웠건 칭찬과 포상을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 특정인에 대한 편애도 없어야 한다. 선수기용은 능력 위주로 해야 하며, 인간성을 우선 시켜서는 안 된다. 선수를 꾸짖을 대도 모욕감을 느끼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이런 것들만 지킨다면 그 감독은 선수들로부터 공정하다는 평판을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To the world you may be one person, to the one you may be the world’(세상에서 당신은 한 사람일지 모르지만, 한 사람에게 있어 당신은 세상일 수 있다)라는 격언이 있다. 이것을 야구감독과 선수에게 대입시켜 본다면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코칭의 질은 코치의 자질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는 말이 딱 맞다. 새삼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떠오른다. 선수 플레이뿐만 아니라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이라는 명장이 펼치는 플레이를 보는 것도 야구의 맛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신정택 KISS 연구원
정리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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