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의심술…PO서만2번째노게임

입력 2009-10-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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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방수포’도 무용지물 2회 폭우가 쏟아지며 경기가 중단되자 관계자들이 대형 방수포를 설치하고 있다. SK가 미국에서 수입한 이 방수포는 내야 전체를 덮을 수 있지만 설치 미숙으로 무게를 이기지 못해 3루 앞에서 멈춰서는 해프닝을 연출했다.문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타임트랙|포스트시즌과비2004년현대-삼성KS 9차전수중전강행도두산‘꿀맛휴식’2001년KS우승신화써
플레이오프 5차전이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됐다. 비는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 큰 변수가 된 사례가 많다. 비에 얽힌 가을잔치, 그리고 중요한 순간들을 되돌아본다.

○역대 사례

이번 플레이오프 우천순연은 역대 포스트시즌 11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플레이오프만 따지면 4번째. 경기 도중 비로 중단돼 ‘노게임’이 선언된 것은 포스트시즌 사상 2번째며 플레이오프로도 두번째다. 역대 최초 포스트시즌 노게임은 1998년 10월 14일 LG-삼성의 플레이오프 1차전. 4회초 LG가 4-3으로 앞선 가운데 강우 노게임이 선언되면서 하루 뒤로 밀렸지만 LG가 7-3으로 승리를 거뒀고, 3승1패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역대 첫 포스트시즌 우천순연 경기는 1983년 해태와 MBC가 맞붙은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한화의 2006년 한국시리즈 2차전이 최근의 일이다. 플레이오프에서는 1986년 OB-삼성의 3차전이 최초, 2000년 두산-LG 4차전이 최근이다. 1996년 현대-한화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유일하게 이틀 연속 우천순연된 사례다. 2004년 현대-삼성의 한국시리즈 9차전은 폭우로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3무승부로 인해 더 이상 일정을 미룰 수 없어 강행하기도 했다.

○1994년 최동원의 어깨를 식혀준 비

84년 한국시리즈는 역대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과 롯데가 6차전까지 3승3패로 맞선 가운데 10월 8일 열릴 예정이던 7차전이 우천으로 하루 미뤄졌다. 롯데 에이스 최동원은 1·3차전 9이닝 완투승, 5차전 완투패(8이닝)를 기록했다. 6차전에서도 5회부터 선발투수 임호균을 구원등판해 5이닝을 던지며 승리투수. 이미 4경기에서 31이닝을 던지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최동원은 10월 9일 잠실에서 열린 최종 7차전에 또 자원 선발등판했다. 그리고 또 완투승.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4승으로 롯데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우천순연이 없었다면 천하의 최동원도 7차전 완투는 무리였다. 어쩌면 프로야구 역사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2001년 두산 준PO-PO-KS 우승신화

두산은 2001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힘을 비축했던 삼성은 1차전에서 7-4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10월 21일 2차전을 앞두고 대구에는 가을비가 내렸다. 마운드가 고갈되고 심신이 지쳤던 두산에게 하루 휴식은 그야말로 꿀맛. 10월 22일 두산은 9-5로 이기며 적지에서 1승1패로 균형을 맞춘 뒤 4승2패로 우승고지에 올랐다. 우승제조기 김응룡 감독을 영입했던 삼성은 1차전 승리 때만 해도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꿈을 부풀렸으나 하늘을 원망하고 말았다.

두산은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도 LG에 3차전까지 1승2패로 밀렸지만 4차전이 비로 하루 순연되면서 내리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라 비와 좋은 인연을 맺었다. 반면 삼성은 2006년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잡았지만 2차전이 비로 하루 뒤로 미뤄지면서 패하자 1984년과 2001년의 불길한 악몽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4승1무1패로 우승해 비로소 비와의 악연을 끊었다.

문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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