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맞장’김상현-박정권대포전쟁

입력 2009-10-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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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상현(왼쪽)과 SK 박정권은 4번타자의 자존심을 걸고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다. 동향 출신에 동기이자 전우, 오랜 무명생활 끝에 최고스타로 발돋움한 ‘닮은 꼴 인생’의 두 친구는 이제 라이벌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방망이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KIA-SK오늘KS 1차전
KIA와 SK의 사상 첫 한국시리즈 격돌을 앞두고 양 팀 4번타자인 KIA 김상현(29)과 SK 박정권(28)의 방망이에 모든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둘은 닮은 꼴 인생역정과 남다른 인연으로 얽히고설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상현은 군산, 박정권은 전주에서 성장했다. 김상현은 군산초-군산남중-군산상고, 박정권은 효자초-전주동중-전주고를 나왔다. 김상현이 1980년생으로 박정권(1981년생)보다 나이로는 한 살 위지만 중학교 시절 또래보다 키가 10cm 이상 작아 1년을 유급하면서 동기로 지낸다. 전북의 고교팀은 전주고와 군산상고 단 2팀. 그래서 학창시절 지역 라이벌로 자주 맞대결을 벌였다. 그러나 서로에 대해 “당시에는 그런 선수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얘기를 나누거나 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돌이켰다.

이들은 고교 졸업 후 다른 길을 걸었다. 김상현은 2000년 2차 6라운드(전체 42번)에 해태 지명을 받은 뒤 곧바로 프로생활을 시작했지만 2002년 LG로 트레이드됐고 2004년까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박정권은 2차 9라운드(전체 65번째)에 창단팀 SK에 지명됐지만 동국대행을 선택했다. 2004년 SK에 입단한 뒤 첫해 1군에서 24경기 28타석에 들어선 게 전부였다. 결국 이들은 2004년 말 입대를 결심한다. 박정권은 11월, 김상현은 12월 나란히 상무에 들어가면서 2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박정권은 2005년 북부리그 타격왕, 김상현은 2006년 북부리그 홈런왕에 오르며 팀타선을 주도했다.

그러나 2군은 2군. 2006년 말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김상현은 통산 33홈런, 박정권은 통산 7홈런. 그러더니 올해 마침내 다이너마이트처럼 잠재력을 폭발하고 있다.

김상현은 시즌 초 KIA로 트레이드된 뒤 홈런(36) 타점(127) 장타율(0.632) 3관왕에 올랐다. 타율도 0.315로 정규시즌 MVP도 예약했다. 박정권은 정규시즌 팀내 최다홈런(25)을 터뜨리며 하위타선의 핵으로 활약했다. 플레이오프 들어 마침내 4번타자로 승격됐다. 21타수 10안타(타율 0.476) 3홈런 8타점의 불방망이로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6년간 땅속에서 굼벵이로 지낸 뒤 세상을 향해 우렁찬 첫울음을 터뜨리는 매미처럼 이들은 어둠의 세월을 견딘 울분을 토하듯 세상을 향해 포효했다. 용호상박, 용쟁호투. 16일 오후 6시 광주구장에서 단풍처럼 붉게 달궈진 이들의 방망이 1차대전이 시작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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