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가정법야구’] IF,서재응이몸쪽승부안했다면…

입력 2009-10-2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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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실점…추격기회놓쳐
SK가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2연패 후 4연승 우승, 바로 직전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후 3연승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을 떠올리면 이번 시리즈에서 2연패 후 1승을 한 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 연패 후 나름대로의 분석과 대응책 마련이 뒷받침됐고, 선수들의 흐트러지지 않은 분위기와 투지가 맞물린 결과로 봐야한다. SK가 4차전에서 승부를 걸고, 만약 소기의 목적을 거둔다면 이번 한국시리즈 역시 미궁 속으로 빠질 수 있다.

○타순 조정에서 엇갈린 승부

SK는 2번 박재상∼3번 박정권 카드가 적중했다. 김성근 감독은 1,2차전에서 4번에 섰던 박정권의 타순을 3번에 전진 배치, 박재상 바로 뒤에 내세웠는데 박정권은 1회와 3회, 박재상을 누상에 두고 선취타점과 2점 홈런을 때려냈다. 8회 쐐기타점도 그의 몫이었다. 반면 KIA 조범현 감독은 3번 이종범∼6번 이재주 카드를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흐름 바꿀 수 있었던 정상호의 수비

KIA로선 4회초 2사 만루에서 이재주 공격 때 나온 파울플라이를 포수 정상호가 어렵게 잡아낸 게 아쉬웠다. 정상호는 비에 미끄러지면서 중심을 잃었는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결국 잡아냈다. 만약 거기서 정상호가 볼을 놓치고 이재주의 한방이 터졌다면 KIA로선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정상호는 아웃을 시켰고, 이로써 SK는 완전히 승기를 틀어쥘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의 ‘매정한’ 투수교체

5회초, 김성근 감독은 2사 1·2루 위기에서 선발 투수 글로버를 내리고 이승호를 투입했다. 스코어 4-0인데다, 승리투수 요건엔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겨둔 상황. 다른 감독 같으면 고민을 했겠지만 김성근 감독은 그야말로 ‘매정하게’ 투수를 바꿨고, 뜻을 이뤘다. 다른 용병 투수 같으면 화를 낼 법도 하지만 글로버는 순순히 응하며 팀 분위기를 깨지 않았다. 이게 SK 야구의 힘이라고 봐야할지도 모른다.

○몸쪽 승부에서 갈렸다

5회 무사 만루에서 KIA 투수 서재응은 최정과 정상호에게 계속 몸쪽 승부를 고집하다 잇달아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연속 실점했다. 몸쪽 빠른 공에 너무 집착하면서 제구가 되지 않았다. 만약 거기서 추가점을 더 주지 않았다면 KIA로선 마지막 기회를 살릴 수 있었다. 반면 SK 투수들이 경기 중반까지 KIA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몸쪽 승부에서 재미를 본 덕분이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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