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치성알기에흐트러질수없었죠”

입력 2009-10-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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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선한 눈이 꼭 닮아 있었다. 깊게 패인 주름 속에는 아들 뒷바라지에 모든 어려움을 참아낸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생애 마지막 레이스를 마친 이봉주(39·삼성전자)는 분홍 빛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어머니의 품에 안겼다.

이봉주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인물로 두 사람을 꼽는다. 16년간 사제의 연을 맺은 삼성전자 오인환(50) 감독. 또 한사람은 어머니 공옥희(74·사진)씨다.

어머니는 2001년 작고한 남편 故이해구 씨와 함께 힘든 농사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3남2녀를 키워냈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는 이봉주의 훈련. 그 시간, 천안에 위치한 공옥희 씨의 집 장독대에도 정화수가 올려진다. 두 손을 모은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 그 정성을 아는 이봉주이기에 한시도 흐트러질 수 없었다.

하지만 올림픽과 보스턴마라톤대회 등 굵직한 대회에서 영광의 순간에도 어머니는 아들의 경기장면을 보지 못했다. “그 간에는 매번 마음 졸이면서 기도 하느라…. 오늘은 마지막 경기니까 보러왔어요.”

“이제는 아침마다 치성을 안 드려도 되니 홀가분하다”는 어머니의 두 손. “어머니가 안계셨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던 이봉주는 은퇴식 내내 어머니의 주름 진 손을 만지작거렸다.

대전|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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