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지방구장,돔보다는일반으로지어야

입력 2009-10-2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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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가 점입가경이다. KIA와 SK의 올해 한국시리즈는 기대대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한 가지 아쉬운 것은 1,2차전이 열렸던 광주구장의 열악한 환경이다. 한국시리즈를 치르기엔 경기장이 너무 비좁고 노후한 편이다. 또한 인조잔디는 부상위험 때문에 최상의 수비력을 보여주기엔 무리가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지 광주시장은 새로운 구장 신축계획을 발표했다. 광주에 돔구장을 민간투자로 유치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일반구장을 신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지방 도시들이 연속적으로 구장 신축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안산, 대구, 광주 등이 돔구장 신축계획을 발표하거나 계획 중에 있다. 물론 야구팬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하루 이틀 속은 것도 아니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때까지는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자세다. 이 시점에서 필자가 갖는 의문은 ‘과연 우리나라 실정에서 지방에 돔구장이 필요한가’라는 부분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런 방식의 돔구장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재원에 대한 보조 없이, 민간재원을 통해 돔구장을 신축하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접근방식이다.

돔구장은 원래 미국에서 기후 때문에 필요성이 제기돼 건설되기 시작했다. 태풍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일본에 돔구장이 6개나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문제는 일본의 돔구장들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쿄돔 정도를 제외하면 운영상에 어려움이 상존하고 있다. 연간 200억 원 가까이 되는 운영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최고 인기구단인 한신 타이거스가 지역 내에 있는 교세라돔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임대료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돔구장은 신축이후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극복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돔구장을 문화복합단지로 조성하면 된다고 하지만, 지방에는 전시 컨벤션센터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컨벤션센터의 가동률도 높지 않는데 지방 돔구장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협소하다. 또한 대구와 광주의 경우에는 돔구장이 들어설 장소의 입지나 접근성이 떨어진다. ‘지하철 스포츠’로 불리는 야구는 경기장의 입지여건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오늘날 부산의 야구열기가 높은 이유 중에 하나는 사직구장의 입지여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개의 지하철 노선이 연결되어 있고, 도심 가까이에 있으며, 주차시설도 일정 수준 이상이고, 시외에서 접근하기도 용이하다.

따라서 대구와 광주 같은 경우도 위험부담이 높은 돔구장보다는 일반구장을 신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만5000석에서 3만석 규모 정도로 신축하되, 미국처럼 건설비용의 10∼20%% 정도를 지역구단이 부담하면 재정적인 문제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구단은 부담한 경비 만큼 20∼30년 정도 무료로 장기 임대해 사용하면 된다. 지방 소도시의 축구센터에도 500억 원 가까이 시비(市費)를 투입하는 자치단체가 있는데, 수십 년 동안 한국프로스포츠 최고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프로야구의 경기장신축에 재정이 없어 민간투자를 통해 돔구장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장밋빛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지방에 시급한 것은 ‘동네야구’가 아니라 프로야구 경기가 가능한 경기장이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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